AI 열풍 예견? 카카오벤처스는 10년간 묵묵히 투자했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지난 2012년 설립된 카카오벤처스가 국내 초기 벤처캐피탈(VC) 신규 투자자로서 꾸준히 집중해 온 분야는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카카오벤처스의 지난 10년간 딥테크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전체 중 약 75%가 AI 기업이며, 이들 기업은 AI 특화 하드웨어·암 진단·자산관리 등 다양한 버티컬 서비스에 진출해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30일 서울 강남구 마루360에서 하반기 ‘KV 브라운백 미팅’을 열었다. KV 브라운백 미팅은 카카오벤처스 패밀리와 미디어 간 접점을 만드는 자리로, 이번 행사는 ‘새 시대를 여는 AI 패밀리’를 주제로 진행됐다.
◆카카오벤처스 “10년간 국내 초기 VC 중 누구보다 AI 투자에 열심”
카카오벤처스는 극초기 투자자로서 기업이 창업하는 동시에 투자하는 시드 단계부터 양적 성장이 시작되기 전인 프리-A 단계에 집중하고, 투자 후 포트폴리오 기업 성장을 지원한다. 이어 장기간 포트폴리오 성장을 지켜보며 시리즈 B 이상 후기 단계 투자에 참여하기도 한다.
신정호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은 AI 투자 방향성으로 ▲AI 네이티브 프로덕트 등장으로 인한 솔루션 변화 ▲AI 대중화를 위한 비용 절감 ▲전문 영역의 버티컬 AI 세 가지를 들었다. 신정호 심사역은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미래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이 세 키워드에 집중해 신규 AI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AI 엔지니어, AI 프로덕트 전문가, 대학 랩실, 버티컬 전문가 등 다양한 기술 창업자와 교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벤처스가 AI 초기 투자에서 중요시하는 본질은 결국 ‘사람’이다. 좋은 기술력에 앞서 문제를 풀고자 하는 투지, 자기 객관화 등 비전이 뚜렷한 사업자들을 물색해 성장을 위한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복안이다. 이날 신 심사역은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AI 패밀리 가운데 엑소시스템즈·뉴튠·아티피셜소사이어티 3곳을 소개했다.
◆카카오벤처스 AI 군단, 건강·음악·교육서 어떤 활약 펼칠까
지난 2017년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은 엑소시스템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AI를 통한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엑소시스템즈의 주력 서비스는 재활 운동을 돕는 AI 기반 근골격계 디지털 치료기다. 이후만 엑소시스템즈 대표는 “미국 힌지 헬스보다 비즈니스적으로는 뒤처져 있지만, 기술 개발은 앞섰다”고 자신했다.
연구개발(R&D) 팀 내 석박사 비율이 70%에 달하는 엑소시스템즈는 생체 신호 측정 AI 기술을 독자 개발해 국내외 특허 15개를 보유 중이다. 핵심 기술은 근신경계 디지털 바이오마커(디지털 생체표지자) 분석 AI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디지털 기술로 생체 신호나 행동 자료를 수집해 약물 반응성 측정 등 표지자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기술 사업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카카오벤처스 시드투자를 유치한 뉴튠은 음악 AI 기술 전문 기업이다. 뉴튠은 AI를 통해 음악 제작 및 유통 과정을 혁신하기 위해 청취자가 아티스트 곡을 재구성할 수 있는 AI 기반 믹스 플랫폼을 구현했다.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3에서 공개된 ‘믹스 오디오(Mix.audio)’는 청취자 중심 음악 향유 모델에 AI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로, 당시 ‘소프트웨어&모바일 앱스(Software & Moibile Apps)’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뉴튠은 청취자가 아티스트 음악을 주도적으로 재구성해 자신만의 믹스를 만들 수 있도록 넉살·도끼(Dok2)·쿤디판다 등 국내외 유명 힙합 아티스트들과 음악을 블록화한 형태로 제작했다. 이어 해당 블록들을 직관적으로 조합할 수 있게 AI를 활용한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실현했다. 위형석 뉴튠 CSO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가 쉽지 않은 만큼, 현재는 일반 청취자보단 대형 엔터사들이나 크리에이터를 타깃하는 서비스에 전념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전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아티피셜소사이어티는 지난해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다. 아티피셜소사이어티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교육용 지문·문제 제작 솔루션 ‘젠큐’를 지난 2월 개발해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서는 중이다.
특히 아티피셜소사이어티는 카카오벤처스뿐만 아니라, 작년 네이버D2SF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은 바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와 모두 협업해 본 김기영 아티피셜소사이어티 대표는 양사 차이점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김기영 대표는 “네이버D2SF는 네이버 내부 조직으로서 자기 자본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반면, 카카오벤처스는 펀드 투자 방식을 택한다”며 “주로 기술 기업에 집중하는 네이버는 관련 사내 조직들과 연결이 잘 된다는 점이 좋고, 카카오는 보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기에 교육 회사들과 네트워킹 협업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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