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SW 대기업 참여 제한' 갈등 겪는 과기정통부, 발주자 만난다
[디지털데일리 서정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위원회가 1000억원 이상 규모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키로 한 가운데 조만간 발주자측을 만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조만간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발주자측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참석범위와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는 만났으나 발주자측 의견은 수렴하지 못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과기정통부·규제혁신위가 따로 미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주자측은 과기정통부·규제혁신위와 만나 사업자 선정의 자유를 부여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주자 입장에서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줄 수 있는 기업이 참여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동안 대기업은 심의를 거쳐야만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사업자 선정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 10년간 이어져온 갈등, 이번에는 해결될까?=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는 중소·중견기업에게도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행됐다. 제도 시행 전에는 삼성SDS, LG CNS, SK C&C 등 IT 서비스 대기업 중심으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이 진행됐다. 이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은 경쟁력을 키울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현재는 기업 매출 규모에 따라 참여 가능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이 다르다. 연매출 800억원 이하의 기업은 모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자산 총액 합계가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대기업은 모든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다만 국가안보, 신기술, 긴급 장애대응, 민간 투자형 등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참여가 허용된다.
이후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대기업이 참여하는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 비율은 2010년 76.2%에서 2020년 21.8%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소·중견기업 참여 비율은 각각 4.8%, 19%에서 20.2%, 58%로 늘었다.
이 가운데 최근 교육부가 2800억원을 투자해 오픈한 4세대 나이스에서 오류가 발생하며, 일각에서는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들은 중소·중견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나 상생협력 점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류 발생에 단순히 중소·중견기업을 탓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있다. 삼성SDS가 참여한 3세대 나이스 사업의 경우에도 시험 성적 처리 오류로 일부 수험생들의 성적을 재산정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중견 IT 기업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참여한다고 해 시스템이 잘 개발된다는 논의 자체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미 1000억원 미만의 사업도 예외 심의를 통해 대부분 열려있는데 수지가 맞지 않아 들어오지 않을 뿐"이라며 "기준선을 낮춰달라는 일부 대기업의 근시안적인 시각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반대"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모두의 의견을 맞추기는 어려운 만큼 일단 과기정통부와 규제혁신위가 만들어낼 개정안을 기대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만들어지면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모두의 의견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과기정통부가 최대한 각 기업의 입장을 많이 반영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발주처 역량 확보가 우선해야=관건 중 하나는 발주처, 즉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등의 의견이다. 교육부가 발주를 앞두고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의 예외사업으로 인정해달라고 4차례 심사를 요청했으나 번번이 탈락한 것 처럼 발주처들은 사업자 선정에 있어 자율권을 보장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전에 발주처가 사업 발주 역량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문제다. 발주처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가 단순히 안심하고 맡길만한 곳, 혹은 사고가 발생해도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곳을 찾는 것이라면 현재 대기업들 역시 녹록치는 않다.
금융권에서 금융 차세대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줄어들면서 금융사의 우선협상대상자에 대한 협상력이 떨어진 것 처럼 정부 및 공공기관이 대기업만 찾는다면 협상력은 물론 사업 착수 시기를 대기업이 가능할 때에 맞춰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사업대가 및 범위에 대해서 당초 그린 그림대로 진행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발주처 역시 업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어떠한 IT아키텍처로 풀어내고 그림을 그릴것인지 치밀한 준비가 필욜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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