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머지포인트 사태 막자”…중소 온라인플랫폼 책임 강화 목소리↑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대형 온라인 플랫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독과점 규제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중소 규모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마약류 등 불법성 물건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머지포인트와 보고플레이 사태 등으로 소비자·판매자들이 큰 피해를 입은 데 대한 후속 조치 목소리다.
2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온라인유통 플랫폼 성장과 사회적 책임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변웅재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모르는 디지털 시대를 고려한다면 업종과 비즈니스 모델 규제는 해소하고 핵심 원칙 중심으로 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입점업체 모두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네트웤 효과에 의한 리스크 관리 중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이는 꼭 대형 플랫폼에 국한한 문제는 아니다. 가령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를 들썩였던 ‘머지포인트 사태’는 회사 규모 자체는 작지만 검찰이 기소한 피해자 수만 50만명 이상, 피해액은 2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이 소비자들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게 된 요인은 ‘플랫폼’ 역할이 컸다는 게 변 위원장 생각이다. 플랫폼이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정화 작용을 못했을 경우 피해가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초 벌어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플레이 파산도 스타트업이 플랫폼 참여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례다. 다만 보고플레이 사태는 머지포인트처럼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간거래(B2B) 계약을 맺은 소기업 판매업체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를 운영하는 보고플레이 채권자협의회 신정권 대표에 따르면 보고플레이 파산으로 소비자가 입은 피해금액은 12억원,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 피해 금액은 526억원이다. 신 대표는 “대기업은 보증보험이나 카드사가 150억원 가량 피해를 일부 보존해줬지만 나머지 300억원 이상 피해 금액은 소기업·소상공인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그간 온라인 플랫폼 책임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에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중소 플랫폼을 통해서도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책임 적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점유율로 보면 국내 플랫폼 시장에 독과점 사업자는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 플랫폼 입장에선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네이버·카카오 일부 사업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하기 위해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는 추세다. 적자를 감수하고 외형을 키우다 추후 보고플레이처럼 파산에 이르고 피해 입는 업체들이 앞으로도 지속 생겨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국내 중소 플랫폼 관련한 실태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나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발표한 부가통신사업 시장동향을 발표한 것이 유일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보가통신사업 사업자는 대기업(8.7%), 중견기업(11.7%)보다 중소기업(77.5%) 비중이 훨씬 높다.
이마저도 자본금 1억원 미만 업체들은 조사에서 제외됐다. 보고플레이의 경우 파산 직전 매출이 500억원대였지만 자본금은 1300만원에 불과해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통·플랫폼 업계 전문가들은 중소 플랫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대안으론 법적 규제보단 사업자 간 정보 비대칭성 해소에 중점을 뒀다.
변 위원장은 머지포인트 등 소비자 관점에서 피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제도 개선에 대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만들어졌는데, 이런 방식으론 입법이 되더라도 실제 생태계에 맞지 않아 진부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변 위원장은 “변화의 상황 속에서 신속하면서도 깊이 있게 연구하고 검토해, 그 연구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며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와 이용사업자, 소비자 간 3면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각각 의무와 권리를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해결 방안으로 온라인 플랫폼 투명성 향상 필요성도 언급됐다. 현재 통신판매업자 재무상태나 과거 위법행위, 신용도, 평판 등에 대해선 소비자나 판매자들이 찾아보기 어렵다. 중소 플랫폼 기업 현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신용 등급이 낮은 중소 플랫폼 사업자 대상 결제 보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신 대표는 “성장하는 회사 경영정보는 매우 중요한 자료지만, 판매자가 플랫폼 공급사와 거래하기에 앞서 취급액이 자본금 대비 기하그수적으로 늘었을 경우 취급액 대비 비용 지출 수준이나 판매자 결제 이슈가 없는지 정보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최현진 한국온라인유통플랫폼산업협회(KODPIA) 회장, 전민홍 법률사무소 율터 변호사, 이상훈 박스미디어 예능부문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고, 김동영 KDI전문연구원이 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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