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효과 없었다"…삼성·TSMC 격차 '4배→5배'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산업이 전방시장 부진으로 가라앉았다. 주요 기업이 하락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와중에도 업체 간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전자의 경우 유독 낙폭이 컸다. 세계 최초 상용화한 3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은 모양새다.
13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파운드리 톱10 매출은 273억300만달러(약 35조2200억원)로 나타났다. 전기대비 18.6% 축소한 수치다.
트렌드포스는 “최종 시장 수요의 지속적인 약세와 비수기가 악영향을 미쳤다. 10개 업체 모두 가동률 및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순위별로 보면 1위는 대만 TSMC다. 지난 1분기 매출 167억3500만달러(약 21조5900억원)로 전기대비 16.2% 떨어졌으나 점유율은 오히려 60.1%(전기 58.5%)로 늘었다.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선두자리를 공고히 했다.
TSMC는 애플이 최대 고객사다. 아이폰 및 맥북 등 판매가 줄면서 7나노 이하 첨단 공정 실적이 급감했다. 2분기는 1분기보다는 낫겠으나 예년 대비 아쉬운 성적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점유율 60%를 넘어선 건 최신(하이엔드)부터 구식(레거시) 공정까지 제공하면서 다양한 고객을 확보한 덕분이다.
추격자 삼성전자는 2위는 지켰으나 TSMC와 격차는 4배에서 5배로 더 벌어졌다. 이 기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34억4600만달러(약 4조4500억원)로 작년 4분기보다 36.1% 뒷걸음질쳤다. 상위 10개 기업 중 가장 여파가 컸다. 점유율도 15.8%에서 12.4%로 떨어지면서 제일 큰 변화를 겪었다.
삼성전자 역시 8인치(200mm) 및 12인치(300mm) 웨이퍼 라인 가동률이 모두 감소했다. 2분기에도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퀄컴,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은 내눈 점이 뼈아픈 결과로 이어졌다.
3나노를 경쟁사보다 먼저 선보인 삼성전자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3나노 기술력 및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과 별개로 이를 적용하는 고객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기술(IT) 기술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최첨단 공정을 도입이라는 모험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2분기부터 3나노 공정을 적용하는 고객이 나타나 매출에 일부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작년 6월, TSMC는 작년 12월부터 3나노 라인을 운영 중이다. 이중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게이트올어라운드(GAA)라는 새로운 트렌지스터 방식을 도입한 상태다.
3위는 미국 글로벌파운드리다. 마찬가지로 올해 1분기 매출이 18억4100만달러(약 2조3700억원)로 전기대비 12.4% 낮아졌으나 점유율은 6.2%에서 6.6%로 높아졌다. 이에 대만 UMC를 제치고 톱3로 올라섰다.
트렌드포스는 “작년 하반기부터 자동차, 방산 등에 집중한 전략이 통하면서 상대적으로 불황 영향을 최소화했다”며 “2분기에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항공우주, 자동차 부문의 안정적인 수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UMC는 같은 기간 매출이 17.6% 하락한 17억8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다. 20~40나노대 공정 가동률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게 부정적이었다. 2분기도 전력관리반도체(PMIC),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수요 부진을 겪겠으나 TV 관련 반도체 주문이 일부 상쇄할 전망이다.
5~6위는 중국 SMIC와 화홍이 차지했다. 양사는 한 자릿수대 매출 하락률을 보이면서 비교적 선방했다. 이에 따라 점유율은 각각 5.3%와 3.0%로 전기대비 소폭 상승했다. 그 뒤로는 이스라엘 타워, 대만 파워칩(PSMC), 대만 뱅가드(VIS), 한국 DB하이텍 등이 이었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도 톱10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겠으나 1분기보다 낙폭은 줄어들 것”이라며 “하반기 성수기 수요 등으로 파운드리 가동률도 제한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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