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배 재도약] ② TSMC마저 역성장…파운드리 전성시대 지나갔나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2020년대 들어 전례 없는 황금기를 보낸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이 급격한 부진에 빠진 탓이다. 파운드리 회사가 만드는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인 만큼 외부 영향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했으나 전방위적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역성장이 불가피했다.
19일 대만 TSMC에 따르면 지난달 매출은 1479억대만달러(약 6조4000억원)로 전년동월(1725억6100만대만달러)대비 14.3% 떨어졌다. 앞선 3월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4% 감소한 1454억800만달러(약 6조3000억원)으로 집계돼 2개월 연속 작년 대비 낮아졌다. 이에 따라 1~4월 누적 매출은 1~2월 성장세에도 전년보다 1.1% 줄어들게 됐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0%를 상회하는 명실상부한 업계 1위다.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고도 주요 고객들의 재고가 쌓이면서 주문량도 빠르게 줄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디지타임즈 등 대만 언론에서는 지난 1분기 6~7나노미터(nm) 등 일부 공정을 제외하면 TSMC 공장 가동률이 50% 이하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상반기 전체로 놓고 봐도 70% 내외 수준으로 추정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밀려드는 주문에 가동률 100%는 물론 증설 계획을 연이어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2분기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거시경제 여건 악화와 시장 수요 약세로 1분기 고객들의 재고조정 여파가 있었다”면서 “2분기도 이같은 움직임이 지속돼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는 지난 9일 열린 이사회에서 반도체 공장 설비 투자액을 3억6610만달러(약 4900억원)로 책정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의결한 69억6000만달러(약 9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96% 가까이 낮아진 금액이다. 예상보다 큰 후폭풍에 투자 규모를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은 후발주자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2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 연매출을 208억달러(약 27조6000억원)로 추산했다. 200억달러를 돌파한 건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2018년 117억달러(약 15조5000억원)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올해 1분기다.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등에 투입되는 칩 수요가 줄면서 삼성전자 역시 실적 우상향이 멈췄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개최한 컨퍼런스콜에서 “생산라인 가동률 하락으로 전기대비 이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2분기에 대해서는 소폭 개선을 예상했으나 대내외적 변수로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파운드리 3위 대만 UMC도 1분기 영업이익이 144억8100만대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5.2% 떨어졌다. 재고 이슈가 직격탄으로 다가오면서 이 기간 공장 가동률은 70%까지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호황에 큰 수혜를 입은 DB하이텍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54.3% 낮아졌다. 영업이익률은 28%로 2022년 연간 수치(46%)와 대조된다. 회사 관계자는 “전방 수요 부진과 재고조정이 이어지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토로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하반기는 기대 요소가 있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점이다. 이후 서버 등 인프라 영역까지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순환 구조가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시장까지 살아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세트 및 서버 고객 구매가 재개된다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부터 파운드리, 메모리, 후공정(OSAT) 등 전 분야 기업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예측은 다소 엇갈리나 내년부터는 확실히 살아날 것으로 의견이 모인다”며 “최소한 일부 부문은 하반기부터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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