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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공정위 “통신사 5G 속도 부풀려 소비자 기만·부당이득”

백지영 기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4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가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5G 서비스의 최대 속도를 실제로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 부당광고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과 공표명령, 과징금 336억원을 부과했다.

이번에 부과한 과징금은 표시광고 사건 중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앞서 공정위는 독일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사건 관련해 2017년 1월 37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가 있다.

공정위는 이달 3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전원회의 심의를 열고 이통3사가 5G 서비스의 속도를 거짓·과장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은폐·누락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부당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 브리핑에서 “2021년 이동통신 3사의 실제 평균 속도가 0.8Gbps에 불과했으나, 통신 3사가 이론상 최고 속도로 표시한 것은 20Gbps가 있고, 그보다 낮은 2.1~2.7Gbps까지 광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객관적 근거 없이 각자 자신의 5G 서비스 속도가 다른 사업자보다 빠르다고 비교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당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5G 서비스 가입을 유인하고 사실상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제했다고 봤다.

다만 통신사가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광고에 이론상 최대 속도 및 이용자 환경에 따라서 속도가 달라질 수 있는 점을 명시했다는 것에 대해선 “이론상 속도와 실제 속도가 얼마나 다른지를 일반 소비자가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한사항이 부기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과징금 336억원이 어떻게 책정된 것인지 설명해 달라

A. 이동통신 3사가 부당광고를 통해 소비자의 5G 서비스 가입을 부당하게 유인하고 사실상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제해서 상당한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현행 표시광고법상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위반 기간, 관련 매출액, 과징금 부과율 등에 따라 결정이 된다. 표시광고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2%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 상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에 부당광고 기간 중 이동통신 3사의 매출액은 관련 매출액 산정에 반영했고, 부당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및 사업자가 취득한 부당이득의 정도를 과징금 부과기준율에 반영했다.

Q. 통신업계에선 준비가 안됐음에도 정부가 평창올림픽에 맞춰서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있다. 혹시 최근 통신3사의 5G 28㎓ 대역 주파수 취소 처분이 이번 제재에서 고려가 됐나

A. 표시광고법 위반 관련해서 심의한 것이고, (28㎓ 대역 주파수 취소 처분 등은) 전혀 고려된 사항이 아니다.

Q. 통신사들은 이론상 최대 속도와 이용자 환경에 따라서 속도가 달라질 수 있는 점을 명시했다는 입장인데?

A. 과거 법원은 삼성전자의 공기청정기 부당광고 판결에서 이론상 수치, 실험 수치에 제한사항을 부기하는 광고의 경우에 소비자 오인성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실험조건이 실제 환경과 완전히 다른 경우엔 실험 결과의 근사치가 실제 사용 환경에 발휘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으므로 실험조건과 실제 사용 환경 간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실험 수치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성능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소비자가 짐작할 수 있도록 제한사항에 대해서 실험조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해야 된다”라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례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용 환경에 따라 실제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라는 형식적인 제한사항만을 부기한 것으로는 소비자의 오인성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예를 들면 이론상 최고 속도에 대해서 광고를 하는 경우엔, 이론상 수치가 도출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부기해서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속도와 얼마 차이가 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거나 또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속도에 대한 근사치, 평균치 또는 최소와 최대로 구성되는 대략적인 속도의 범위 등 실질적인 제한사항을 부기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

Q. 하지만 통신사들은 정부(과기정통부, 방통위)의 행정지도에 따라 광고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A. 위에서 말한대로 이론상 최고 속도 광고에 있어서는 이론상 속도와 실제 속도가 얼마나 다른지를 일반 소비자가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한사항이 부기돼 있어야 소비자 오인성이 해소될 수 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행정지도 내용을 보면 “이론상 최고 속도를 광고에 기재할 때는 실제 속도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고 돼 있으나 이런 형식적 제한사항을 부기하는 것만으로는 5G 서비스 도입 후의 소비자의 오인성을 해소할 수 없다고 봤다. 즉, 행정지도에 따르더라도 표시광고법상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부당광고에 대한 규제에 대한 소관은 공정위에 있고,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직접적인 규제 권한은 없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행정지도를 한 부분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 서비스의 중요사항을 이용자에게 고지하도록 의무하고 있는 규정에 근거한다. 이를 근거로 이론상 최고 속도를 제공할 경우엔 실제 속도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제한사항을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권고한 것이다.

Q. 통신3사가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광고를 했는데 그러면 실제 조사 결과로는 몇 배 정도 빨랐던 것인가. 자료에 보면 25배 차이로 보이는데

A. 2021년 3사의 실제 평균 속도가 0.8Gbps이며 통신 3사가 이론상 최고 속도로 표시한 것은 20Gbps다. 또 그보다 낮은 2.1~2.7Gbps로 광고한 것도 있다. 모두 0.8Gbps에 비해서는 속도가 훨씬 과장 또는 허위, 기만으로 표시됐다고 판단했다. 물론 현재는 0.8Gbps보다는 속도가 조금 올라가 있으나 광고 당시 기준 20Gbps나 2.1~2.7Gbps에 비해선 현저히 높은 속도로 표시가 된 것이다.

Q. 통신사 외에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해외에서 20Gbps 속도를 낸다고 광고했다. 또, 해외 통신사들 역시 이론상 최고 속도를 표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A.(육성권 시장감시국장) 5G 도입 초기에 일부 단말기 광고를 하면서 20Gbps 이런 표현이 있었으나, 통신 서비스 제공 주체는 이통3사이기 때문에 서비스 개시 전후의 광고를 조사 대상으로 삼아 조사했다. 해외 통신사 사례를 보면, 미국 T-모바일은 홈페이지를 통해 5G 목표 속도는 20Gbps를 지향하고 있지만 80~382Mbps라는 실제 체험 속도를 게시해 소비자들이 오인하지 않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버라이즌도 LTE 속도의 중간치의 약 10배 정도의 속도로 5G가 제공된다며 소비자 기준 체감 속도를 제시한다.

Q. 공정위 입장은 ‘광고는 하되 소비자들이 오인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으로 보인다. 3G에서 LTE 넘어올 때도 속도가 부풀려졌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제 6G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의 광고 가이드라인은?

A. 이론상 속도와 실제 속도 차이가 큰 경우엔 형식적인 제한사항만 부기한 것으로는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질적인 제한사항을 구체적으로 표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아까 말한 바와 같이 이론상 최고 속도와 실제 속도가 현저히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이론상 최고 속도가 나타나는 구체적인 조건을 상세하게 일반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부기하거나 ▲실제 측정 속도의 평균치 또는 최소·최대치를 함께 제시하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Q. 광고 위반 기간은 어떻게 책정되나. 광고 노출 빈도나 회사의 광고 집행비 차이가 과징금 규모의 결정하는 변수가 된 것인지?

A. (육성권 시장감시국장) 표시광고법에는 광고의 정의가 있다. 광고는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는 행위를 뜻한다. 유인물이나 TV 광고는 광고 게시 기간이 명확하다. 인터넷 매체를 통한 광고는 게시 시점부터 삭제돼 더 이상 소비자들이 볼 수 없는 시점까지를 본다. 집행비와 관련해선 부당광고의 위법성 판단기준이 소비자 오인성, 공정거래 저해성인만큼 광고비가 적더라도 소비자 오인성 등이 크다면 이를 기준으로 법 위반의 중대성을 판단하고 과징금 정도를 계산한다.

Q. 이번 조사 목적 자체가 통신 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 있는데 현재 공정위는 통신 3사에 대해서 이번 제재 이외에 어떤 부분 눈여겨보고 있는지

A. 알뜰폰 시장 경쟁 활성화, 단통법 개선에 대해 과기정통부, 방통위와 계속 협의 중이다. 현재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자세한 내용을 말하긴 어렵다. 통신 경쟁 활성화와 제도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봐달라.

Q. 사업자별 문제가 된 광고 기간은 지난 2017년 12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도 이어졌다. 5G 서비스 속도 문제는 사실 상용화 시점부터 계속해서 지적된 부분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이같은 부당광고가 장기간 노출되면서 제재가 너무 늦어졌다는 지적이 있는데?

A. 신속하게 진행을 못 한 부분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린다. 그러나 심사 과정에서 재심사 절차를 한번 거치면서 조금 늦어지게 됐다. 당시 사실관계 파악과 법 적용 관련해 착오가 있어서 재심사를 진행하면서 지연됐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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