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이대로 좋은가… 사실무근 밝혀졌는데 또 다시 '여경 무용론' 괴담 [e라이프]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서울경찰청 혼성 기동대에서 불거진 성별 갈등을 계기로 온라인에서 또 '여경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논란이 됐던 블라인드 글이 결국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음에도, 여경을 향한 조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성 언론들이 다루지 못하는 사회 부조리들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여론을 환기시키고, 정책을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순기능을 하는 측면도 있지만 무분별하게 근거없는 '주작'(사실이 아닌 가공의 글을 일컫는 신조어)글도 적지않아 사회 불안와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서울청 61기동대 소속 경찰관이 쓴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여경들이 건물 미화를 도와주는 주무관들과 '화장실, 샤워장을 같이 못 쓰겠다'며 비밀번호까지 바꾸고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며 기동대 소속 일부 여경들의 '갑질'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글은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지며 큰 논란이 됐다.
와중에 기동대 여경 4명이 정신적 충격을 이유로 병가를 내고, 전출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수위는 더 높아졌다. 일부 네티즌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과거 논란 사례까지 퍼나르며 '여경 혐오'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경찰 감찰 결과, 논란의 불씨가 된 글은 사실이 아니었다. 내부 시설 공사 이후 여경들과 주무관들 사이에 소통의 문제가 있었을 뿐, 블라인드 글처럼 악의를 갖고 비밀번호를 바꾼 게 아니었다. 정작 피해자로 지목된 주무관들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 '해프닝'을 어떤 이유에선지 부풀려 말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 해명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에펨코리아 등 남초 커뮤니티와 포털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사 등을 공유하며 "이참에 도움도 안 되는 여경을 해체해야 한다", "남경이 '힘들다'고 병가 냈으면 징계를 줬을 것", "여경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등 싸잡아 여경을 비난했다. 넓게 보면 '여성 혐오'다.
가해 누명을 쓴 여경들에 대한 루머도 유포됐다. 대표 사례가 "여경들이 병가를 쓰고 사실은 놀러갔다"는 것.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여행지'로 돼 있다는 게 근거였다. 하지만 애초 병가를 낸 배경이 블라인드 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갑질 논란을 예측하지 않은 이상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여경 방패조는 방패 든 사진만 찍고 남경한테 돌려준다", "여경은 복장이 자유로운데, 남경은 그렇지 않다", "소화조 여경들은 '무거운 거 못 든다'며 업무 중 쉰다" 등 남경이 여경의 뒤치다꺼리를 하거나,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글이 올라오며 갈등을 키웠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경 혐오'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여경의 체력, 제압 능력 등을 문제 삼아 여경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된다.
동신대 경찰행정학과 신희섭 외래교수, 김용근 부교수는 지난해 5월 인문사회21에 발표한 논문에서 " 경찰이 물리적 강제력을 사용하는 빈도와 정도가 실제 민원의 양에 비해 극히 적은데도 여경의 용기와 체력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경찰은 이미 오랫동안 더 강한 존재로서 남성성의 이미지로 젠더화됐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경 혐오를 불식시킬 대안으로 "경찰 스스로 양성을 조화하고, 통합한 이미지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9일 내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여성 대원 4명의 전출 요청을 승인하고, 다른 기동단으로 인사 발령을 냈다. 6기동단 단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경찰청에는 혼성 기동대 9곳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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