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 맨손으로 일군 '혁신 외길' 30년 돌아보니 [소부장반차장]
- 황철주 회장,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 창업
- 반도체로 시작해 디스플레이·태양광으로 확장
- 30년간 건물 13개 짓고 특허 3000개 확보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시초로 꼽히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높이는 과정에서 30년 세월 동안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혁신을 이어온 주성엔지니어링의 역할은 작지 않았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993년 황철주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그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입사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몸담았다. 이후 네덜란드 ASM에서 장비 기술을 익힌 뒤 창업의 길을 걸었다.
호기롭게 사업을 시작한 황 회장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이를 구현할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 반도체 장비를 만든다고 하니 믿는 사람이 없었다”고 밝혔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주변의 도움이었다. 반도체 업계 선배와 동료들은 황 회장에 대해 ‘저 사람 실력도 있고 열정도 있다’고 평가했고 계약금 없이 주성엔지니어링에 공장을 빌려주기도 했다.
그렇게 설립 2년 만에 화학기상증착(CVD) 장비를 개발할 수 있었다. 또 2년이 지나 D램 커패시터 관련 제품 등을 수출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반도체 전공정 설비를 해외에 판매하게 됐다.
1999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세계 최초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개발했고 미국 법인 ‘주성 아메리카’를 설립했다. 그해 12월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듬해 대만, 유럽 등 법인을 세우면서 세계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거침없던 주성엔지니어링에 2000년대 초 첫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와 관계가 틀어진 것. 전후 사정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여전히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 기간 주성엔지니어링은 디스플레이 부문으로 영역을 넓혔으나 회사는 존폐 위기에 놓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에 액정표시장치(LCD) CVD 장비를 납품하면서 숨통이 트였고 2005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 ALD 설비를 공급하면서 재기했다. 2004년과 2005년에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되면서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즈음 잊혀질 법했던 시련이 다시 찾아온다. 2000년대 말 발생한 리먼 사태 후폭풍에 더해 2011년 태양광 산업마저 무너지면서 회사는 흔들렸다. 태양광의 경우 중국 고객이 대다수였으나 이들이 대금을 주지 않고 버티면서 주성엔지니어링은 1000억원 넘는 금액을 순손실 처리했다. 이에 막대한 적자를 떠안고 구조조정까지 감행하게 된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면서도 황 회장은 ‘기술 혁신만이 살길’이라는 철학은 저버리지 않았다. 매출의 약 20%를 매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역량을 키웠다. 2010년대 초중반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OLED 투자에 나서면서 주성엔지니어링도 힘을 받았고 2015년에 이르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디스플레이 투자가 주춤할 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면서 2010년대 후반에는 가장 빛났던 2010년 실적에 다가섰다. 2020년에는 경기 용인 R&D 센터를 완공하면서 황 회장의 혁신 의지가 정점을 찍었다.
전방산업에 따라 부침은 있었지만 R&D의 끈은 내려놓지 않았다. 이에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증착 부품·장비 제조기술 핵심전략기술 부문 ‘소부장 으뜸기업’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을 선정했다. 업계 최초로 개발한 시공간분할(TSD) ALD 장비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2022년에는 연간으로 매출 4739억원, 영업이익 1239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10년 만의 4000억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대로 나타났다.
전년부터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2023년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나 혁신을 앞세운 황 회장의 열정은 여전하다. 연내 ALD 노하우를 바탕으로 35% 이상 효율을 내는 태양광 제조설비를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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