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IT클로즈업] 공정위 제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억울하다 “왜?”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승객 호출(콜)’ 몰아주기 의혹이 약 3년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의혹을 제기한 택시 사업자 단체 손을 들어준 것이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앱’의 중형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회사 등이 운영하는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를 우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잠정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했다.

조사 결과,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블루 수를 늘리기 위해 카카오T앱 일반 중형택시 호출 중개 서비스(이하 일반호출)에서 가맹택시 기사를 우대하는 배차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2019년 3월 가맹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가맹기사에게 일반호출을 우선배차하는 방법으로 콜을 몰아주거나 수익성이 낮은 1킬로미터(km) 미만 단거리 배차를 제외·축소하는 알고리즘을 시행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택시 일반호출 시장 및 택시가맹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촉진 및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고 모빌리티 산업 혁신과 역동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감 표한 카카오모빌리티…행정소송 제기 예고=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가 발표한 카카오T택시 배차시스템 관련 심의결과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카카오모빌리티는 알림자료를 내고 “어려운 택시업계 상황 속에서도, 업계 최초 ‘승차거부없는 택시'를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골라잡기 없이 묵묵히 전 국민의 빠른 귀가를 책임져 온 전국 가맹기사들 노력이 외면당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심의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배차 로직을 통한 승차거부 해소와 기사 영업기회 확대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일부 택시사업자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져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가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 채 제재 결정이 내렸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5년부터 지금까지 기사와 승객 모두에게 무료로 일반호출 서비스를 제공해왔음에도 “승객 호출 수수료, 기사 앱 이용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일방적으로 재단한 것 역시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향후 카카오모빌리티는 행정소송 제기를 포함, 공정위 측 오해를 해소하는 방안들을 다방면으로 강구할 방침이다. AI 배차 로직이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가치와 승객의 편익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성실한 택시 기사 권익 보호’를 위한 것임을 소명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공정위 처분에 대한 법적 절차와는 별개로 국민 이동 편익 증진에 힘쓰는 한편,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목표도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본연 역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 상생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며 “정부·투명성위원회·상생자문위원회·택시업계 등 각계 의견을 경청해 택시 배차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며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판단과 입장차 있어”…카카오모빌리티가 내세운 반박들=먼저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배차로직이 가맹 우대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차수락률은 승객과 기사 매칭이 이뤄져야 하는 플랫폼에서 사용자 편익 증대를 위해 콜을 골라잡지 않도록 택시 기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측은 “택시업계에 고질적으로 존재해 온 ‘콜 골라잡기’를 완화하기 위해 2017년부터 배차수락율을 배차 로직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왔다”며 “2019년 가맹택시 도입 이전부터 승차거부 해소를 위해 배차수락률 요소를 지속 고려해왔음에도, 자동배차 방식 가맹택시가 도입됐다는 이유로 배차수락률 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차별적이라 보는 건 오히려 승객들 이동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목소리 높였다.

두 번째 핵심쟁점은 ‘비가맹택시의 AI 추천 여부’다. 공정위는 “구조적 차이로 인해 비가맹택시가 가맹택시와의 배차수락률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고 평가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열심히 하면 수락률을 충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I 배차 로직 효과에 대해서도 양측 의견이 분분하다. 총 대기시간이 수초 증가해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공정위와 달리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골라잡기’ 개선과 ‘이용자 대기시간 감소’에 기여했다는 보았다. 사측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4월 AI 배차 로직(ETA) 도입 이후 배차성공률은 9%포인트 증가해 승차거부 근절에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같은 기간 승객이 배차까지 대기하는 시간도 평균 43% 단축하는 성과도 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비가맹택시도 충분한 영업기회를 제공받으며 운임 수입 또한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공정위는 가맹택시에 유리한 구조로 비가맹택시가 가맹택시 대비 운임 수익이 낮다고 판단했지만, 비가맹택시기사 1인당 운행 완료수는 일평균 5.7회에서 8.1회 수준으로 늘어났고 운임수입도 꾸준히 증가했다는 반박이다.

아울러 사측은 AI 배차 로직으로 콜 카드를 받지 않더라도 ETA 배차를 통해서도 충분히 영업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배차 로직이 적용되는 호출은 전체에서 약 16%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수락률과 무관한 ETA를 기준으로 한 근거리 배차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실제로 AI 배차 로직을 받지 않고 ETA 배차만으로도 오히려 가맹 택시보다 더 많은 일반호출을 수행하는 기사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며 “해당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만1000명이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부연했다.

◆택시중개·모빌리티플랫폼도 덩달아 긴장…시장 독과점 해소 기대도=이를 지켜보는 택시 중개 플랫폼들은 앞으로 상황을 관망하겠다면서도, 비슷한 의혹에 휩싸이지 않게 이전보다 서비스 운영에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반응이다.

한 택시중개플랫폼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동종업계가 모두 이런 논란을 더 조심하게 될 것 같다”면서 “처음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AI 배차 알고리즘의 불안정성에 대한 말이 많았다. 알고리즘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닌가. 기업 입장에선 자신들 사업에 당연히 유리하게 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맹택시와 일반택시 간 제공 서비스별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인 만큼, 이번 공정위 제재 이후로 관련 운영에서 더 명확한 구조가 자리잡힐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맹택시는 수수료 외에도 일반택시보다 추가로 지불하는 비용이 있어 가맹택시기사 입장에선 일반택시기사와 차별점이 없다면 억울할 것”이라며 “이번 논란을 통해 가맹택시와 일반택시 서비스 운영 정책 구분도 더 확실해지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카카오모빌리티 사건이 택시 중개 플랫폼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플랫폼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도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모빌리티플랫폼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이어가던 카카오모빌리티 독과점 구조에도 균열이 일어나면서 다른 플랫폼 간 경쟁이 더 활성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모빌리티플랫폼 관계자는 “택시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카카오모빌리티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높은 수위의 제재 대상이 됐다”며 “기존에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계에서 1위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상대적으로 그 시장에 대한 규제가 덜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모빌리티 측 비위 행위가 사실로 드러난 만큼, 정부에서도 계속 예의주시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정부가 플랫폼 시장 내 독과점 문제에 대한 규제를 풀어가는데 본격적인 시발점 혹은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나연
ln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