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생존기②] 광고 요금제, OTT 수익성 개선할까?
OTT업계의 춘추전국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 한해 치열한 밥그릇 싸움 속에서 수익을 낸 OTT는 글로벌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유일했다. 일각에선 지금의 추세라면 10년 내 OTT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엔데믹에 본격 돌입하면서 OTT 가입자의 증가세가 이미 크게 둔화한 가운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OTT의 시도와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지난 한해 OTT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 출시였다. 이는 가입자 상승폭이 크게 꺾인 가운데 광고형 요금제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광고형 요금제의 효과는 미지수다. 향후 OTT의 안정적인 수익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광고형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이기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 766만명↑…누적 2억3100만명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는 총 2억3100만명으로 집계, 직전 분기 대비 766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는 당초 월가 예상치인 457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업계에선 가입자 증가의 배경으로 ‘광고형 요금제’를 지목했다. 지난해 11월 넷플릭스가 ‘광고형 베이직(Basicwithads)’ 요금제를 출시한 가운데, 이는 OTT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이바지했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의 광고형 요금제는 콘텐츠에서 광고를 제공하는 대신 구독료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월 구독료는 5500원으로,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제공해왔던 가장 저렴한 요금제(베이직)의 절반 수준이다.
넷플릭스는 광고형 요금제가 성장 한계를 극복할 타개책이라 봤다. 2022년 1분기 전 세계 가입자 수가 직전 분기 대비 20만명 줄어든데 이어 2분기에도 97만명의 가입자가 이탈하는 등 지속적인 가입자 하락세 속에 내린 결정인 셈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공동 CEO는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딜북 서밋’에서 “제이슨 킬라(전 훌루 CEO)는 프리미엄 광고로 성공을 거두면서 소비자에 더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이것이 더 나은 모델임을 증명했다”며 “그동안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 채택을 꺼리고 몇 년 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 광고 요금제 영향?…“계절적 요인, 증가폭은 오히려 줄어”
다만 전문가들은 가입자 증가와 광고형 요금제 간 상관관계를 입증하기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외부활동과 대척점에 있는 OTT의 특성상 날이 추워지는 4분기에는 늘 가입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4분기의 경우 광고형 요금제 출시에도 불구, 오히려 신규 가입자의 증가폭은 축소됐다. 매해 4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2019년 876만명 ▲2020년 850만명 ▲2021년 828만명이었다. 2022년의 경우 ‘더 글로리’ ‘웬즈데이’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흥행에도 불구, 신규 가입자 수는 불과 766만명에 그쳤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2022년 상반기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신규 가입자 수가) 전망치보다 낮게 나타났다. 반면 3~4분기에는 아무래도 봄이나 여름보다는 야외활동이 줄어든데다 경기 침체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다 보니 OTT로 복귀한 면이 있는 것 같다"라며 "올 4분기 신규 가입자 수의 증가가 광고 요금제의 효과로 예단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4분기 실적 발표 직후 공개한 주주서한에서도 광고형 요금제의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주주서한에서 광고형 요금제가 언급된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광고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해야 할 일이 많지만(특히 더 나은 타겟팅) 회원 경험, 광고주에 대한 가치, 비즈니스에 대한 점진적인 기여 등 모든 측면에서 지금까지의 진전에 만족합니다”
“(광고형 요금제가) 점진적인 수익과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을 확인했습니다. 2023년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구축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당장의 효과는 미미할 것입니다”
◆ 광고형 요금제의 고전…“올해도 다양한 시도 이뤄질 듯”
광고형 요금제의 성공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넷플릭스에 앞서 광고형 요금제를 선보인 다른 OTT들의 경우 이미 백기를 들었다.
워너미디어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는 자사 OTT인 HBO맥스와 디스커버리플러스(+)의 통합 구독 서비스를 인상된 가격에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엔 HBO맥스가 이미 2021년 출시한 광고형 요금제의 실패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HBO맥스의 광고형 요금제는 월 9.99달러로, 해당 요금제는 가입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국내 OTT도 광고형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가운데, 당장의 도입 대신 시장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형 요금제를 통해 유입된 가입자가 이후 고가요금제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다는 당초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최근 한 소비자리서치 전문 연구기관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요금제에 가입할 의사 자체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소비자 14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인 51%가 ‘광고형 요금제’를 이용(가입 또는 전환)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가입하고 싶지 않은 주된 이유는 광고 자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올해도 광고형 요금제에 대한 실험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콘텐츠 공개방식에도 변화를 주는 등 모든 전략을 총동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컨대 광고형 요금제를 통해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고, 콘텐츠를 순차 공개해 이 가입자를 락인(Lock-in·잠금)시키는 것이다.
국내외 OTT는 지난해부터 순차 공개 등 다양한 콘텐츠 공개 방식을 시도해왔다. 콘텐츠 일괄 공개 방식은 넷플릭스에 의해 OTT의 핵심 특징으로 자리잡힌 가운데, 가입자를 오랜시간 묶어두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 직후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한 달이 채 안 돼 빠져나가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금 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한 드라마 '더 글로리'도 2개 파트로 나뉘어 공개될 예정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OTT의 입장에서 수익 다각화가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올해까진 광고 시장에 대한 OTT의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전망”이라며 “일괄 공개보단, 콘텐츠를 쪼개서 공개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이런 콘텐츠 릴리즈 방식과 요금제의 변화를 복합적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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