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파운드리포럼 '복기'…'4나노 수율 정상화' 강조, 왜? [테크다이브]
- 선단 공정 수율 자신감 드러내…라인업 대폭 확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가수 에일리가 2012년 10월 발매한 ‘보여줄게’라는 노래의 후렴구인데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기저기서 쓰일 정도로 명곡이죠. 최근 삼성전자가 4개국에서 주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저 소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올해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됐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7일 독일 뮌헨, 18일 일본 도쿄, 20일 한국 서울에서 순차적으로 열렸습니다. 국내에서는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코엑스에서 진행했는데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자리가 부족해 상당수 인원이 서서 들을 정도였죠.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2027년 1.4나노미터(nm) 반도체 양산 소식이었는데요. 지금까지 나온 미세공정 중 최소 단위였습니다. 참고로 인텔은 2025년 전후로 1.8nm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던 부분은 4nm 공정 로드맵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사실상 대만 TSMC와의 4nm 대결에서 완패했는데요. 해당 기술을 개선 및 확장해서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일련의 과정을 상세히 다뤄보려고 해요.
◆잘 나가던 삼성 파운드리 ‘아픈손가락’=삼성전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는 뒤늦은 출발에도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습니다. 분기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업계 2위를 굳혔죠. TSMC와 점유율 격차는 여전하지만 첨단 공정 경쟁에서는 어깨를 견줄 정도가 됐고요.
그러던 삼성전자에 비보가 전해지는데요. 5nm 공정부터 제기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이슈가 4nm 라인에서 터져버린 것이죠. 지난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경계현 사장은 “4nm 및 5nm 부문에서 TSMC보다 개발 일정과 수율 등에서 뒤처진 게 사실”이라며 관련 내용을 인정했습니다.
삼성전자의 4nm 라인의 대표 제품은 시스템LSI사업부 ‘엑시노스2200’와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였는데요.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죠. 문제는 이 제품이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에 휘말리면서 성능 논란이 발생한 점. 반도체 설계(팹리스) 잘못이냐 파운드리 탓이냐로 갑론을박이 펼쳐졌고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신뢰도는 떨어지게 됐습니다.
타격은 컸습니다. 퀄컴은 지난 5월 업그레이드 버전인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출시했는데 삼성전자가 아닌 TSMC가 생산을 맡았죠. 오는 11월 공개 예정인 ‘스냅드래곤8 2세대’ 역시 TSMC 4nm 라인에서 제작될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다른 대형 고객인 엔비디아도 TSMC로 노선을 변경했습니다. 지난 9월 선보인 신규 그래픽처리장치(GPU) ‘RTX40’ 시리즈는 TSMC의 ‘N4’ 프로세스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N4은 TSMC의 4nm급 공정을 의미합니다.
사실 초기 4nm는 파운드리에서 메인 노드가 아니고 5nm에서 3nm로 넘어가는 과정의 파생 공정으로 알려졌으나 고객사 요구로 인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중입니다. 4nm가 별도 공정이 된 나비효과가 삼성전자에 후폭풍으로 다가온 것이죠.
◆칼 간 삼성 파운드리, 4nm는 4nm로 잡는다=경 사장은 4nm에 대한 우여곡절을 수긍하면서도 “성능과 가격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말이면 파운드리사업부 모습이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자신감은 파운드리 포럼에서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노드 네이밍을 새로 한데다 공정을 세분화했습니다. 4nm의 경우 기존 2개에서 5개로 늘렸죠.
작년 행사 때 발표한 내용인데요. 4LPE(Low Power Early)와 4LPP(Low Power Plus)로 비교적 단순하죠. 5nm 대비 메탈 피치 축소로 칩 면적을 축소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통해 트랜지스터 수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배선 간 간격을 줄여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투입하는 것이죠.
올해 자료에서의 눈길이 가는 부분은 모든 공정마다 ‘SF(삼성 파운드리)’라는 이니셜을 새긴 것인데요. 인텔7, 인텔4, 인텔1.8A 등처럼 회사 이름을 브랜드화한 것이죠.
다시 4nm 돌아오면 SF4E(4LPE)와 SF4(4LPP) 이외에 SF4P(4LPP+), SF4X(4HPC), SF4A(4LPA) 등이 추가됐습니다. 이는 TSMC N4 공정의 개선 버전인 N4P, N4X 등 대항마로 내세운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기술개발실장 정기태 부사장은 “4nm는 GAA(Gate All Around) 이전에 핀펫(FinFET)을 이용하는 최선단 기술”이라며 “FinFET 기반 공정 개발도 지속할 예정이다. 성능, 파워, 면적 등을 진화해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GAA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트랜지스터 방식인데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전류가 드나드는 문)와 채널(전류가 흐르는 길)이 닿은 면을 4개로 늘린 구조입니다. 지느러미 모양의 FinFET은 3면이 접촉합니다. 많이 닿을수록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하네요.
GAA는 채널이 와이어 형태에서 얇고 긴 모양의 나노시트로 달라지기도 했는데요. 삼성전자에서 MBC(Multi Bridge Channel)라고 부르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적을 재차 확장한 것이죠. 정 부사장은 “MBCFET은 나노시트 사이즈에 따라 여러 트랜지스터 옵션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SF4E와 SF4은 이미 상용화된 상태고 SF4P, SF4X, SF4A 등은 2023~2025년 동안 제공될 전망입니다. 이중 SF4X가 주목할 만합니다. 이름에도 나왔듯이 고성능 컴퓨팅(HPC) 제품을 타깃으로 하는 공정인데요. 앞서 삼성전자는 4nm 공정을 HPC와 오토모티브로 넓힌다고 했는데 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 사장은 “HPC용 선단 공정을 확대할 예정으로 4nm는 준비됐고 3nm 개발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HPC 고객의 선택은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SF4X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정 개발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수주를 삼성전자가 따낼 가능성이 커질 전망입니다. 약 2년마다 신제품을 선보이는 엔비디아 로드맵과 2024년 예정인 SF4X 시점과도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죠.
정 부사장은 “4nm 초기 수율이 시장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다. 빠르게 개선됐고 지금은 문제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면서 “이전 세대 수율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수율 문제는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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