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정체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가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채널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상공인(SME) 중심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방송 ‘쇼핑라이브’ 사업 확장 일환으로 보인다. 네이버 독주를 막기 위해 쿠팡 역시 T커머스 채널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복수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는 T커머스 채널 인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수 대상으론 CJ온스타일과 쇼핑엔티 운영사 티알엔, W쇼핑 등이 언급된다. 이중 현실적으로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높은건 이전부터 꾸준히 매각설이 언급된 쇼핑엔티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CJ와 지분을 맞교환하고 협업을 많이 하고 있긴 하지만 CJ온스타일 덩치가 커 효율이 안나올 것이라 판단, 티알엔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네이버가 중소상공인(SME)이나 전통시장을 연결해 판매수수료를 저렴하게 받는 등 사회공헌 측면으로 홈쇼핑 채널에 접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네이버 수입원을 보면 광고도 한계고 쇼핑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홈쇼핑 채널) 라이센스를 받아 안정적으로 사업권을 갖고 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으로 투자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대다수 이커머스 업체들은 적자폭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잉여금이 충분해 투자 여력이 있다는게 업계 시각이다. 더군다나 오프라인 활성화 등으로 이커머스 업계는 성장 정체에 직면해있다. 네이버 역시 엔데믹 시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분야는 네이버가 선두주자다. 홈쇼핑 업체들이 미디어 역량을 갖고 모바일 라방을 강화하는 것처럼, 모바일에서 시작한 네이버는 역으로 방송사업자 진출을 원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쿠팡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여행 분야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네이버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네이버 쇼핑라이브와 T커머스 채널 시너지를 노리면 쿠팡과 격차를 넓힐 수 있다. 최근 T커머스 업계는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동시 송출로 판매자 판로 확대 효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네이버는 그간 SME 중심으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운영하는 등 소상공인 상생 정책을 펼쳐왔다. 녹화방송인 T커머스는 TV홈쇼핑과 비교해 판매수수료와 상품 준비 물량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TV홈쇼핑보다 T커머스 채널에서 보다 영세한 중소업체들이 유통 판로로 이용한 배경이다. 이는 네이버가 힘주는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쇼핑라이브’ 사업방향과도 일치한다.
물론 네이버가 T커머스 채널 인수를 확정하더라도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방송법 제15조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합병이나 분할, 경영권 실질적 지배자 등이 변경됐을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변경 승인을 얻어야 한다”며 “네이버가 인수합병 도장을 찍어도 정부 승인이 나야 한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지만 관련 업계에선 네이버 미디어 업계 진출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편 네이버에 이어 쿠팡 역시 T커머스 채널 인수 검토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와 달리 쿠팡은 적자 상태인데다 PC·모바일 환경보다 규제가 더 심한 방송시장 진출설에 대해 회의감을 비치는 분위기도 있지만, 네이버가 커머스 업계 명실상부 1위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네이버와 달리 적자 상태이지만 미국 아마존 모델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있다”며 “아마존은 글로벌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가장 공격적으로 M&A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