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에 나선 가운데 하반기부터는 금융기관과 CBDC 연계실험을 실시한다. 하지만 촉박한 일정 탓에 금융권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와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에 대해 1‧2단계 모의실험을 마친 상황이다. 모의실험 사업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맡게 된 가운데, 해당 사업에 협력업체로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금융 관련 카카오 계열사가 합류했다. 또 블록체인 분야에선 미국 유명 블록체인 기업인 컨센시스와 국내 블록체인 기술기업인 온더 등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KPMG, 에스코어 등 컨설팅 업체들도 협업해 CBDC 플랫폼 구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1단계 사업을 통해서 가상 실험환경 조성, 기본기능(발행·유통·환수 등)을 구현했다. 올 상반기 2차 사업에서는 오프라인 결제 구현과 IT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증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금융기관과 본격적인 CBDC 연계실험을 실시할 방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당초 시범 사업에 참가하는 금융사들의 수가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한국은행의 CBDC 사업은 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4개 은행이 참여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번 연계 실험에서는 한국은행이 16개 시중은행에 모두 참여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4개 은행으로 파일럿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찬성 기반, 즉 작업증명을 기반으로 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참여 은행의 수가 많을수록 신뢰기반 네트워크 성격을 충족시킨다고 보고 한국은행이 16개 시중은행의 참여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공문에 따르면 8월에 인프라를 구성해 9월부터 테스트에 들어가는 일정인데 사전 준비를 하지 못한 은행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농협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서둘러 클라우드 제공업체(CSP)를 주 사업자로 관련 인프라 마련에 나선 것으로 관측됐다.
한 클라우드 업체 관계자는 “일정상 클라우드 인프라 외에는 대안이 없다. 한국은행도 네이버 클라우드의 공공 클라우드 영역에 해당 시스템을 구축한 만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빠른 사업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앞서 참가를 결정한 4개 시중은행의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테스트 단계에 접어들었다. NH농협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대응 파일럿시스템을 구축하고 블록체인 플랫폼과 전자지갑을 활용해 원활한 유통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농협은행은 이번에 구축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해 연말까지 대체불가토큰 (NFT), 스테이블코인(농협은행 디지털화폐, NHDC) 및 멀티자산 전자지갑 등 다양한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모델을 검증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은행측은 “올해 참여를 신청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연계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번 실험은 올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사업으로 희망하는 금융기관은 언제든 사업에 참여가 가능하다”며 “연계실험은 참가 가능 기관의 수나 특정 참가기관과 실험을 진행하기로 정해놓은 바 없고 금융사들에게 실험 내용을 동시에 안내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금융사가 실험에 참가할 수 있도록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CBDC에 대한 사업을 기반으로 BIS, IMF 등 국제기구 및 해외 중앙은행과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상호협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