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피한 카카오T] 매각→유보→철회, 카카오모빌리티 65일 대장정
#6월15일, 매각설 보도 이후 카카오 “모빌리티의 지속성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나, (매각은) 결정된 바 없습니다.”
#7월6일,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 사내게시글 “검토하고 있는 부분은 10%대 매각을 통한 카카오 2대 주주로의 스텝 다운(step down) 구조입니다.”
#7월25일, 매각 검토 유보 요구에 대한 카카오 입장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사회적 공존을 위한 새로운 성장 방향을 제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존중합니다.
#8월18일, 카카오 매각 철회 발표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는 카카오모빌리티 주주구성 변경 검토를 중단합니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오병훈 기자] 매각→유보→철회에 이르기까지 카카오모빌리티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웠던 숨가쁜 65일을 달렸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공동체 안에 그대로 남게 됐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를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한다는 보도가 나온 지 약 2개월만이다. 카카오는 사회적 갈등을 피하고 투자자 출구 전략 차원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검토했으나, 임직원 반발에 부딪혔고 동반성장안을 수용하면서 매각 철회로 방향을 틀었다.
◆스멀스멀 피어오른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지난 6월 카카오모빌리티는 매각설 전면에 섰다. MBK파트너스가 카카오에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제안했고, 이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업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가치 8조원을 넘는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시장 지배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흑자전환까지 하면서 수익성 개선까지 이뤄냈다.
더군다나, 카카오는 매각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단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사실상 대외적으로 국내외 투자자에 카카오모빌리티가 매물로 나왔다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카카오는 당시 조회공시를 통해 “카카오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초기투자자인 미국계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는 총 6307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진행했으며, 29%에 이르는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초 투자 회수 기한은 지난해였으나, 국정감사 때 골목상권 침해 및 독과점 논란이 커지면서 올해로 연기됐다. TPG가 엑시트(자금 회수)를 하려면, 올해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업공개(IPO)를 해야 했는데, 불확실한 증시 상황으로 ‘매각’이라는 카드가 나온 것이다.
◆뿔난 임직원, 3일만에 과반 노조 달성=그러나 후폭풍은 거셌다.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은 크게 동요했다. 카카오 소속에서 빠지는 것뿐 아니라 사모펀드에 매각됐을 경우 고용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은 단체교섭권 행사 요건 충족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앞다퉈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시작했고, 사상 초유로 3일만에 과반노조를 달성했다. 카카오 공동체 중 처음으로 과반 노조를 이뤄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임직원 달래기를 위해 사내간담회를 열고 눈물까지 흘렸지만, 임직원 동요는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카카오도 카카오‧카카오모빌리티 구성원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카카오CAC 배재현 부사장은 노조와 만났으며, 이날 10%대 지분 매각을 통한 카카오 2대주주로 자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임직원에 밝혔다. 모빌리티서비스 수익화와 사업영역 확장, IPO에 대한 사회 우려를 경청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 노조 가입률은 80%까지 치솟았다. 노조 측은 “2대 주주가 된다고 해서 카카오모빌리티 성장이 담보된다는 주장은 아이러니”라고 반발했고, 카카오 전체 계열사 대상 서명운동과 피켓시위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달라진 분위기, 상생안과 함께 매각 철회=카카오가 노조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매주 정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기로 한 가운데,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매각 내홍을 잠재우기 위해 전방에 나섰다. 류 대표는 카카오CAC 측과 만나 새로운 성장방안을 가져올 테니,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검토를 유보해달라고 직접 요구했다.
카카오도 한발 물러섰다. 카카오는 “매각을 결정한 바 없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고, 모빌리티에서 자체적으로 협의체를 만들어서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안을 만든다고 하니 카카오에서는 이를 존중하고 지지하고 어떤 안이 나올지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5일 ‘모빌리티와 사회의 지속 성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CAC 안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동반성장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협의체는 류긍선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과 임직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틀 전 협의체는 동반성장안을 도출해, CAC에 전달했다. 동반성장안에는 ▲혁신 ▲성장 ▲동반 ▲공유 라는 4개가치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상생안을 받아든 카카오는 18일 카카오모빌리티 주주 구성 변경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노사가 도출한 사회와의 지속 성장 의지를 존중하고, 이를 구체화해 실행해 나가는 것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로써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은 65일만에 대단원을 맞이하게 됐다.
매각은 피했으나, 카카오모빌리티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제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사회갈등 해소와 성장방안, 투자자 출구 전략 문제 등을 풀어야 한다.
카카오 홍은택 각자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 공동체센터는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혁신에 기반해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 모빌리티 생태계의 성장을 카카오모빌리티가 계속해서 이끌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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