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넘버시대②] e심 상용화 따른 통신3사·알뜰폰 득실은?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e심(eSIM·embeded SIM)이 오는 9월1일 상용화된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휴대폰 한 대로 전화번호 두 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e심의 상용화를 적극 환영하는 소비자와 달리,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e심이 본격 상용화되면 수익의 타격을 입는 통신3사는 e심 상용화에 부정적인 반면, 비대면 유통채널이 활성화된 알뜰폰 업계는 e심의 상용화를 조용히 반기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오는 9월1일 상용화를 목표로 e심 서비스를 위한 전산망을 구축하는 등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스마트폰 e심 도입방안’에 따른 것이다.
e심은 유심(USIM)을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현해낸 것이다. 유심에는 각 통신사의 망에 접속할 수 있는 가입자의 정보가 담겨있다. 이에 단말기에서 유심을 제거하는 경우 가입자의 망 사용은 제한된다. 최근에는 유심에 주소록이나 금융정보와 같은 개인정보까지 저장할 수 있게 되는 등 그 역할이 커지면서 ‘모바일 신분증’으로도 불린다.
유심과 달리, e심은 구입을 위해 대리점·판매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가입을 원하는 통신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요금제에 가입한 뒤 문자 혹은 이메일로 받은 QR코드에 접속해 휴대폰에 e심을 내려받으면 된다. 다운로드 수수료도 불과 2750원이다. 이용자는 이미 탑재된 유심 외 e심을 추가로 내려받음으로써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할 수도 있다.
통신3사는 이런 e심의 상용화가 불편하다. 유심 대신 e심으로 개통하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유심 판매 매출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3사가 판매 중인 유심의 가격은 7700원이다. 7월 기준 알뜰폰을 제외한 번호이동건수가 약 20만건인 것을 고려하면, 3사가 유심판매로 얻는 수익은 매월 15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3사의 마케팅 비용 지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e심 가입자 유치를 위해 3사 간 마케팅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경우 이용자는 유심과 e심에서 각각 서로 이동통신사에 가입할 수 있다. 메인회선은 SK텔레콤, 보조회선은 KT 요금제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특히 e심은 온라인으로 손쉽게 개통이 가능한 가운데 통신사간 가입자 이동이 활발해지는 상황도 3사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물론, e심 단독 개통이 아닌 투폰으로 사용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는 경우에는 오히려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유심과 비교하면 e심의 매출 규모는 크지 않다. 또 e심을 지원하는 단말이 아이폰 외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Z플립4·Z폴드4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당장 상용화에 따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비춰진다.
알뜰폰 업계에겐 e심 상용화는 반갑다. 통신3사와 같이 유통채널을 갖추지 못한 알뜰폰 업계는 e심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이용자가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택배로 유심을 보내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가입하는 즉시 문자로 e심 다운로드 코드를 보내면 된다. 이용자 편익이 증대되면서 알뜰폰 가입자 역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산망 구축은 과제다. 알뜰폰 업계의 경우 e심 서비스를 위한 전산망을 단독으로 구축할 수 없다. 전산망 구축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가운데 알뜰폰 업계에겐 충분한 자본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통신3사가 전산망을 구축하고, 알뜰폰 업계가 3사의 망을 연동해왔다.
e심 전용요금제 출시도 어렵다. 이득보다는 손해가 클 것으로 여겨지는 통신3사가 여러 e심 요금제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이 경우 3사에 의존하고 있는 알뜰폰 업계도 독립적으로 요금제 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e심 서비스를 위해선 통신3사의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통신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알뜰폰 업계는 가격부터 시스템을 구성하기까지 모든 것을 통신3사에 의존하고 있다”라며 “e심 서비스가 자리잡으려면 정부와 통신3사의 의지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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