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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발자다] 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의 꿈

왕진화
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 사진=이나연 기자
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 사진=이나연 기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어느 날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대전에 초대해 내려가 봤어요. 그곳엔 장병규 의장과 류석영 카이스트 전산학부장(교수), 이범규 스파르타코딩클럽 대표 등이 의기투합해 만든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사관학교’인 카이스트 정글이 있었죠. 마침 면담할 때였는데, 비전공자인 학생들도 조금이라도 더 배워가겠다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뜨거웠습니다.”

1일 디지털데일리가 만난 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은 카이스트 비학위과정 SW사관학교 정글을 처음 마주했을 때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후배 개발자를 키우는 데 주력하는 장병규 의장은 물론, 카이스트 정글을 이끌며 좋은 영향을 끼치려는 교수진, 개발자가 되기 위해 기초에도 진심을 다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서울로 올라갔을 때 그에게 더욱 선명히 떠올랐다.

그렇게 김정한 원장은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두려움 없이 몰두하는 후배 개발자를 키우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본인이 게임을 개발했을 당시 그러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대에만 해도, 게임을 만들어본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다시 바꿔 말하면, 도전 정신과 집단지성의 힘만으로도 ‘멋진 게임’을 출시하고 해외에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던 시기였다.

김 원장이 내린 멋진 게임의 정의는 흥행에 성공한 게임 혹은 작품성이 뛰어난 게임이다. 그는 “지금도 충분히 멋지고 좋은 게임이 많다”며 “그러나 현재 게임업계는 구인난에 처한 상황이며, 이는 크래프톤이 개발자 양성에 팔을 직접 걷어붙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기업이 게임 개발자를 외부에서 채용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정 기간 교육도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가장 기초가 되는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등 학과 정원은 한정돼 있고, 부트 캠프도 여러 있지만 전산학 기초 학문을 중심으로 두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 사진=이나연 기자
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 사진=이나연 기자
정보기술(IT) 기업 인재가 충분치 못하다는 것에 정부도, 기업도, 학교도 많은 공감을 하며 인재 양성에 노력하고 있다. 크래프톤도 마찬가지다. 내부 인력을 키우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크래프톤 정글은 기존에 있었던 카이스트 정글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철학과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크래프톤 사회공헌 활동 중 가장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개발의 기본이 되는 전산학 공부를 자기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 원장은 크래프톤 정글에서 키워내고 싶은 인재상에 대해 ▲끝까지 파고드는 개발자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 ▲스스로 성장하는 개발자 등으로 정의했다. 커리큘럼도 이러한 인재상을 위해 꾸려졌다.

김 원장은 “대부분 대학교 전산학과에서 3학년 정도가 되면 전공 필수로 만나는 과목인 운영 체제(OS)를 비전공자도 크래프톤 정글에서 배울 수 있다”며 “다른 과제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매주 미션을 내주고 이를 푸는 과정에서 스스로 학습을 하게끔 유도하는데, 이는 여타 강의식 프로그램과 가장 차별화를 둔 점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용기와 창의성, 팀워크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크래프톤 DNA와도 맞닿아 있다”며 “이러한 학습과정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용기 있는 결정이 될 것이고, 매주 팀이 바뀌는 학습과정을 통해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기 참가자들은 오는 10월24일부터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서 5개월간의 합숙 교육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본인이 개발자 시절 겪어봤던 그 경험을, 젊은 후배 개발자들이 해볼 수 있도록 적극 나설 계획이다. 즉, 산업계 소프트웨어 인력 구인난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청년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자 하는 크래프톤 의지와 김 원장의 뜻이 담겨 있다.

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 사진=이나연 기자
김정한 크래프톤 정글 원장. 사진=이나연 기자
특히 김 원장은 본인 의지만 확실하다면, 낙오 되는 일 없이 개발자 수료 과정을 밟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공계 출신 비전공자가 주 대상이지만 컴퓨터 공학 전공자는 물론 문과생도 지원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바꿔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도록 했다.

김 원장은 “본인이 다른 이보다 학습 속도가 느려도,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도 코치들과 동료들이 있기에 괜찮다”며 “최대한 낙오되지 않게 여러 가지 장치를 만들어뒀지만, 결국 ‘개발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크래프톤 정글은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차별화된 커리큘럼이라고 자신한다”며 “5년, 10년이 지나 이곳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다른 곳에 취업하고, 그곳에서 중요한 핵심 개발자가 되는 일, 그리고 크래프톤 정글에서 배우고 느꼈던 중요한 가치들을 다시 후배들에게 전파하게 되는 그 순간을 꿈꾼다”고 말했다.

한편, 크래프톤 정글은 개발자로의 커리어를 쌓거나 전환을 희망하는 22세 이상 32세 이하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60명을 선발한다. 이달 30일까지 서류를 접수한 지원자에게는 입학 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사전 학습 자료가 제공된다.

지원자는 2주간 자료를 개별적으로 학습한 후, 다음달 중 입학 시험을 치르게 된다. 합격자는 자료구조를 시작으로, ▲알고리즘 ▲웹서버 ▲OS 등 전산학 중 현업에서 활용도가 높은 과목들을 우선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팀 프로젝트를 거쳐 진행되는 최종 발표회에는 협력사들이 함께 참여한다. 크래프톤은 높은 우선순위로 수료 교육생 채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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