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는개발자다] 밀리의서재 전자책 뷰어, 싹 뜯어고친 개발자 누구?

최민지
-밀리의서재 자체 뷰어 개발 중심에 선 김성범 팀장
-전자책도 ‘책’, 끊김없이 읽혀야…이용자 감성‧편의성↑
-하이라이트‧시선추적 기능 이어 낙서 기능도 개발 중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최근 몇 년간 ‘밀리의서재’ 뷰어가 달라졌다. 처음부터 싹 뜯어고쳤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책’도 모바일로 보는 시대에 대응하고자, 밀리의서재는 기술력 고도화에 집중했다. 1년이 넘도록 개발한 자체 뷰어를 적용한 밀리의서재 모바일 앱은 이용자 독서 경험을 증폭시키면서도 편의성을 높였다.

전자책 사용자는 이제 밀리의서재 앱에서 수백, 수천페이지 책을 보더라도 끊김 없이 읽을 수 있다. 하이라이트 기능을 통해 중요 문장이나 단어를 형광펜으로 칠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화면을 터치하지 않아도, 시선만으로 다음 장으로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진짜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아날로그 감성과 전자책에서만 가능한 디지털 경험 모두를 충족시킨다.

그런데, 밀리의서재 뷰어가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뷰어는 밀리의서재 핵심 자산임에도, 과거엔 외부 업체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다 보니 새로운 기능 개발에 한계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도, 기능 제한적인 기존 라이브러리에 제약을 받았다. 책이 보이는 오디오북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을 준비하는 밀리의서재 입장에서는 답답함이 가득했다.

이에 밀리의서재는 자체 뷰어를 개발하는 ‘이펍(EPUB) 뷰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는 밀리의서재가 모바일 전자책 시장에서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 프로젝트였다.

자체 뷰어를 개발하기 위해 밀리의서재는 김성범 기술혁신본부 클라이언트개발팀장<사진>을 선택했다. 2019년 밀리의서재에 합류한 김성범 팀장의 미션은 자체 뷰어 개발이었다. 김 팀장은 3년 전 밀리의서재에 입사했으나, 전자책 모바일 개발 경험만 11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과거 북잼에 재직했을 당시 밀리의서재 앱 외주 개발을 함께했던 인연도 있었다.

사실, 김 팀장은 전공서적에 파묻혀 살던 공대생이 아닌 나름 책 좀 읽을 줄 알았던 개발자다. 시문학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할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는 그가 사회에 나와 전자책 개발 업무를 맡게 된 행보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김 팀장과 밀리의서재는 문학청년 시선을 담아 독자 입장에서 모바일 전자책 뷰어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그렇게 2019년에 시작한 프로젝트는 2020년 12월 모바일 전자책 뷰어 적용을 통해 마무리됐다. 1년이 넘는 시간이었다.

김 팀장은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입사 당시 이펍뷰어를 맡아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밀리의서재에 와서 이펍뷰어 개발은 가장 큰 프로젝트였다. 가장 중요한 코어 기술이지만, 그동안 해내지 못했던 일을 결국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완성했다”며 “한국시장은 고객 니즈도 다양하고, 외국에 비해 요구하는 수준도 높은 편이기 때문에 자체 뷰어는 필수적인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뷰어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 만들다. 사용자환경(UI)과 디자인이 모두 바뀌면서, 기획‧디자인‧개발 파트 모두 함께 고생했다”며 “사용자가 느끼기에 경쟁사들보다 더 좋게 만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자체 뷰어 개발 후 밀리의서재 전자책 경험은 확연히 달라졌다. 책이 보이는 오디오북이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30~40% 내용만 뽑아 요약본으로 읽어줬다면, 이제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책 전문을 읽어준다. 완독본을 모두 읽으면 10시간이 넘어간다.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는다. 책장이 넘어가는 부분과 책을 읽는 소리 싱크를 맞춘다. 매끄럽게 책을 보여주고 읽어주는 것이다. 또한, 하이라이트 기능을 통해 밑줄도 그을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용량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이 관건이었다. 텍스트와 오디오 용량은 방대하지만, 이용자가 앱을 사용할 때 무겁게 느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로컬 서버를 곳곳에 두고 메모리를 나누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DRM(디지털저작권관리) 보안도 강화했다.

사용자가 첫 번째 페이지에서 바로 마지막 페이지로 이동하거나, 앱 밖에 나갔다가 다시 전자책을 읽거나, 글자 크기를 키우고 줄일 때 등 다양한 동작을 하더라도 뷰어는 자연스럽게 이를 실시간으로 구현한다. 버퍼링 없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용량 문제를 해소했기에 가능해졌다.

독서 장벽을 없애기 위한 시선추적 기능도 개발했다. 한 번 시선을 맞추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동공을 추적한다. 페이지 하단을 읽고 있으면, 상단에 좌‧우 화살표가 나온다. 시선으로 우측 화살표를 바라보면 자동으로 다음장으로 넘어간다.

김 팀장은 “손대지 않아도 책을 읽을 수 있다. 현재는 시선을 왔다갔다 해야 하지만, 스크롤형 전자책의 경우 자동으로 계속 읽을 수 있다”며 “설거지를 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을 때와 같은 멀티태스킹 상황에서 유용하며, 장애인 디지털 접근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스마트워치, 자동차 등으로 플랫폼을 확장시킬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밀리의서재 뷰어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시선추적 기능을 개선하고 있으며, 낙서기능도 준비 중이다. 낙서모드에서는 마치 책에 메모하듯, 사용자가 밑줄을 긋고 그림도 그려도 된다.

김 팀장은 “상당수 사용자들은 전자책을 읽으면서도 종이책 경험을 이어가길 원한다. 아날로그 감성 사용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낙서모드를 개발 중”이라며 “물론 기술적 허들은 있다. 밑줄을 긋고 그림을 그렸다면, 페이지를 넘겼다 다시 해당 페이지로 왔을 때 그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 글자 크기를 키우거나 줄여도 그에 맞춰 밑줄도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팀장은 스타트업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팀장은 “스타트업 개발자로 일하기로 했을 때 본인이 생각하는 분위기와 맞는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개발자 품귀 상황이라 선택권도 많고, 새로운 도전도 쉽게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새 트렌드가 왔을 때 도전하라. 밀리의서재처럼 실패에도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고, 그 노력에 칭찬을 더하고 협업의 기쁨을 주는 곳을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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