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백과] 넷플릭스가 말하는 피어링과 트랜짓,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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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망이용료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넷플릭스가 최근 진행된 SK브로드밴드와의 2차 변론에서 “우리는 피어링 방식을 취하고 있어 망이용료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로부터 트랜짓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대체 피어링과 트랜짓이 무엇이기에 망이용료를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인터넷 접속방식인 피어링과 트랜짓의 개념은 뭘까.
우선 피어링(peering·동등접속)과 트랜짓(transit·중계접속)을 이해하려면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국내 이용자에게 도달하기 까지의 과정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 이용자는 콘텐츠 시청에 앞서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게 된다. 그 뒤 넷플릭스에 접속해 시청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클릭하면, 해당 콘텐츠는 넷플릭스가 일본과 홍콩에 설치한 오픈커넥트(OCA)와 OCA와 연결된 SK브로드밴드의 해저케이블을 타고 국내에 도달하게 된다.
OCA는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서비스 국가와 가까운 곳에 미리 저장해 데이터 전송 비용을 절감한다는 취지로 서비스 국가에 설치한 일종의 캐시서버다. 이때 국제전용회선과 국내망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언급된 게 피어링과 트랜짓이다.
먼저 피어링은 ISP와 ISP가 서로의 가입자에게 트래픽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KT와 SK브로드밴드가 피어링 방식으로 상호접속협약을 맺을 경우 KT 트래픽을 SK브로드밴드 이용자에게, SK브로드밴드 트래픽을 KT에 전달할 수 있지만 다른 ISP에게는 전달하지 않는다.
특히 피어링 방식의 협약은 서로 주고받는 트래픽의 규모 등 상호접속을 통해 얻는 이익이 비슷할 때 체결해 상호무정산을 원칙으로 한다.
반면 트랜짓은 상대측 트래픽을 자사 망 뿐 아니라 전세계에 있는 모든 ISP의 망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하위 계위 ISP가 상위 계위 ISP에 트랜짓 대가를 지불하고 트래픽을 보내면 상위 계위 ISP는 자신에게 접속된 이용자를 포함해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에 트래픽을 전송한다.
과거 페이스북 등 글로벌사업자들이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지 않았던 때 대부분 KT와 트랜짓 이용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한 KT와만 연결하면 KT를 통해 다른 ISP들에게도 트래픽 전달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직접 이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제3의 ISP로 트래픽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피어링과 구분된다.
피어링도 트랜짓과 같이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은 드물지만 ISP와 ISP간 주고받는 트래픽의 양이 크게 차이가 발생할 경우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는 쪽이 비용을 지불한다.
이런 용어는 ISP의 고객에 해당하는 CP가 이용하는 인터넷접속서비스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CP는 ISP의 인터넷전용회선서비스를 이용해 자사 콘텐츠를 전세계 이용자들에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인터넷접속서비스는 트랜짓에 해당된다.
페이드 피어링 방식의 인터넷접속서비스도 있다. CP업체들이 트랜짓을 두고 페이드 피어링 협정을 맺는 가장 큰 이유는 콘텐츠의 품질 확보다. 트랜짓 방식으로 접속할 경우 여러번 거쳐가는 과정에서 콘텐츠의 화질이 깨지고 전송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이다.
백본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로컬 가입자망을 보유한 ISP와 직접 접속 가능하다는 점에서 트랜짓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ISP와 직접 접속해야 하기 때문에, 피어링 비용과 별개로 ISP와의 접속점까지 CP의 망 투자가 요구된다.
업계는 이런 개념에 비추어 봤을 때 넷플릭스가 인터넷망 접속에 있어 피어링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은 일부분 맞지만, 망이용료를 지급하지 않을 이유로 작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와 불균등한 트래픽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페이드 피어링’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자사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기가비트·초당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 1Gbps는 1초에 대략 10억비트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음)에서 2021년 9월 1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급증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망을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업계는 OCA를 통해 전세계적 연결성을 가지고 있어 트랜짓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에도 오류가 있다는 시각이다. OCA는 결국 로컬의 가입자망을 가지고 있지 못해 최종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선 트랜짓이든, 피어링이든 ISP와의 계약이 필요하다느 것이다. 또 피어링 연결을 했을 때, OCA 등 접속점까지의 투자는 접속료과 별개로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말한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CDN이 가입자망을 확보하고 있는 ISP에게 돈을 내고 착신 시키는게 일반적인 인터넷 상거래인데, 넷플릭스는 이를 거절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나 아마존도 이 같은 거래방식을 취하고 있다”라며 “넷플릭스의 OCA도 결국 CDN으로, 가입자망을 확보해야 한다는건 똑같다. 상용 CDN은 돈을 지불하는데, 왜 넷플릭스는 지불하지 않아도 되냐고 말하는 논리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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