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망이용료 지불해!” 한국에서만 요구할까?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망이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분쟁이 한창입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이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냐가 골자입니다. 관련한 재판이 국내에서 약 3년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해외 통신사업자(ISP)들 역시 넷플릭스를 비롯한 빅테크기업을 향해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론 전 세계 어느 ISP에게도 망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때아닌 논쟁이라고 주장하는 넷플릭스. 한국 외 다른 국가에선 넷플릭스에 망이용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트래픽 증가에 ISP 부담 호소…망의 유상성이 핵심 쟁점
망이용료는 말그대로, 망을 이용함에 따라 ISP에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의미합니다. 지불을 요구받는 대상은 주로 콘텐츠제공기업(CP)입니다. 이들 기업이 과거와 달리 자사 망에 방대한 양의 트래픽을 유발하기 시작하자, ISP가 부담을 호소하기 시작한건데요.
논쟁의 핵심은 망의 유상성입니다. ISP는 망은 당연 유상이니 이용료를 지불하라고 주장하는 반면, CP는 자신들이 유발하는 트래픽의 양과 상관없이 망은 지금까지 계속 무상이었다는 입장입니다.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초기 인터넷 시장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사실 ISP의 주장도, CP의 주장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CP의 영향력이 작았던 인터넷 초기 시장에서 ISP는 CP로부터 망이용료를 아주 적게 받거나 받지 않았습니다. 당시 CP가 제공하던 콘텐츠는 소설 등 주로 텍스트 형태로 트래픽 부담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ISP는 또, 인터넷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CP가 먼저 성장해야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에 CP의 콘텐츠 유치는 당시 ISP의 당면 과제이기도 했죠.
하지만 CP의 킬러콘텐츠가 대용량 동영상으로 바뀌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모바일 네트워크의 트래픽은 전년대비 40% 가량 증가했으며 현재도 계속 증가 중인데요. 일부 글로벌 ISP들은 급기야 트래픽 증가에 따른 네트워크 투자로 매출이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GSMA 측은 “증가하는 초고속인터넷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통신사업자가) 2025년까지 네트워크에 투자해야 할 비용은 9000억달러(약 1080조원)로 예상된다”며 “초고속, 최고 품질의 인터넷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통적인 파이낸스 모델과 라이센스 분야에서 많은 기여와 장려를 가능하게 할 수단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논쟁에 불 붙인 한국…유럽·미국도 대열 합류
놀랍게도 망이용료 논쟁에 불을 붙인 국가는 한국입니다. 국내 ISP인 SK브로드밴드는 2019년부터 넷플릭스와 망이용료를 둘러싼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자사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기가비트·초당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보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 1Gbps는 1초에 대략 10억비트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는 뜻)에서 2021년 9월 1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급증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망을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망이용료 지급을 강제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만 총 6건입니다. 현재 과방위는 법안 의결에 앞서 공청회를 열기로 합의한 상황입니다.
국내의 사례는 해외 ISP들이 망이용료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데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유럽입니다. 보다폰(영국)·텔레포니카(스페인)·도이치텔레콤(독일)·오렌지(프랑스) 등 유럽 4대 통신사는 빅테크기업의 네트워크 개발비용 공동 부담 규칙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유럽연합(EU) 의회에 냈습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모바일 트래픽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부담 역시 크게 늘었다. 소수의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이 전체 트래픽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거대 플랫폼들과 공정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프랑스통신연맹(FFT)은 지난 4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넷플릭스에 망이용료 지불을 강제하는 정책을 대선 후보자들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유럽은 연내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를 막는 법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티에리 브레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내부시장 담당 위원은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통신망에 기여토록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해당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에서도 넷플릭스를 상대로 네트워크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제안으로 빅테크기업에 보편서비스기금(USF)을 부과해야한다는 내용의 '인터넷에 대한 공정(FAIR) 기여법'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는데요. 이미 넷플릭스에 케이블 회사처럼 지역자치단체에 가맹점 수수료를 내도록 하는 등 비용을 회수하려는 시도도 이뤄진 바 있습니다.
업계는 넷플릭스에 대한 세계 ISP들의 망 이용대가 지급 요구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으로부터 시작된 망이용료 논쟁,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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