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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우리도 통신사” vs. SKB “무리한 주장”…망사용료 공방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법정 공방을 이어갔다. 넷플릭스는 자체 캐시서버가 있어 자신들도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SK브로드밴드와 상호무정산(빌앤킵·Bill and Keep) 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그러나 캐시서버를 설치한다 해도 ISP가 될 수는 없으며 어쨌든 망 이용대가는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의 2차 변론을 열었다. 이날 변론에서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ISP간 망 이용대가 지급과 관련한 기술적 내용이 다뤄졌다. 양측은 각각 30분 동안 프레젠테이션(PPT) 발표를 통해 2차 변론을 진행했다.

지난 1차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자체 개발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이 적용된 캐시서버인 ‘오픈커넥트’(OCA)가 트래픽을 크게 절감하고 있기 때문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른바 ‘빌앤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빌앤킵이란 직접적인 대가를 주고받지 않고 사실상 정산을 한 것으로 인정하는 관행이다. 당시 SK브로드밴드는 그러나 빌앤킵 방식은 ISP간에 이뤄지는 것으로, ISP와 CP간 거래에서는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넷플릭스는 이날 변론에서 자신들 역시 사실상 ISP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넷플릭스 변호인은 “전 세계 1조원을 투자해 구축한 OCA는 통신망”이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통신사간 대등한 지위에서 연결한 ‘피어링’(ISP간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행상 같은 계위(티어) 통신사간 피어링을 할 때는 무정산이 원칙이라는 점을 짚었다. 자사가 보유한 OCA 망과 SK브로드밴드 망이 대등한 지위에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국내 전기통신사업법 지위가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넷플릭스는 부가통신사업자이므로, 망 이용자 관점에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업자를 ‘음성·데이터·영상 등을 송수신하게 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수행하는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 이외 사업자를 말한다. 실제 넷플릭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았고,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변호인은 “원고는 송신 ISP의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OCA는) CDN일 뿐 기간통신역무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빌앤킵 원칙이 적용될 수 없으며, 무정산을 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상호무정산은) ISP 사이에서도 상호접속시 동등한 트래픽 교환이 있는 동일 계위여야 가능한 것이지, 계위가 다른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양측은 넷플릭스 OCA와 SK브로드밴드 망의 물리적 연결에 대해서도 의견차를 드러냈다. 양사는 2018년 일본에서 OCA와 SK브로드밴드 망을 직접 연결했는데, 넷플릭스는 이러한 망 연결 자체가 무상 사용에 대한 암묵적 동의였다고 해석했다. 넷플릭스 변호인은 “2018년 5월 피고 요청으로 (OCA와 SK브로드밴드 망) 연결 지점을 시애틀에서 도쿄로 변경했는데 이 때도 피고는 비용 정산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피고는 2018년 10월에 가서야 국제망 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당시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 조치였을 뿐 망 이용대가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협의 사항(Open Issue)으로 남겨뒀음을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 변호인은 “망 이용대가 분쟁과 별개로 최종 이용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신속하게 부러진 뼈를 고치지 않으면 불구가 되는 환자에게 진료비 협상부터 할 수 없지 않나”면서 “수술 당시 치료비에 대한 합의가 없었으니 무상 치료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6월15일이다. 재판부는 양측 변호인에 ‘무정산 합의’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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