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계륵될라 "납부할 법인세 거의 없는데…"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해외자본이 K-콘텐츠에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게 될 경우, 우리 콘텐츠에 대한 결정권을 내주게 되고, 나아가 문화 주권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방송업계가 K-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모색을 위해 뭉쳤다. 자본력을 내세운 글로벌 OTT에 맞서려면,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 일몰을 연장하면서 공제율도 확대해야 한다고 업계는 목소리를 높였다. 세액감면액을 콘텐츠 제작비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지난 16일 한국세무학회 주최로 진행된 춘계학술발표대회에서는 ‘영상콘텐츠산업 세제지원의 쟁점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행사에는 기획재정부 윤정인 조세특례제도과장, 국회예산정책처 태정림 세제분석관, 한국방송협회 최상훈 정책협력부장,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김세원 정책기획팀장 등이 참여했다.

현행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는 2016년 신설됐다. 일몰제로 시행되는 가운데 올해 말 종료된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제작사는 콘텐츠 제작 비용에 대해 최대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법인세에서 공제 받을 수 있다.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 수준이다.

이날 업계는 K-콘텐츠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했을 때 제작비에 대한 공제율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류문화콘텐츠 수출액이 100달러 증가할 때, 소비재 수출액도 248달러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태양의 후예’가 대표적인 사례다. 총 제작비 130억원이 투입됐던 ‘태양의 후예’의 경우 직접 해외판매액은 100억에 그쳤지만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원이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고용창출효과도 크다.

다른 해외 국가들은 이미 이 같은 콘텐츠의 파급효과를 인정해 공제율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제작사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방송협회 최상훈 정책협력부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인건비 등 고정제작비의 20%를 공제해준다. 또 특수시간효과 비용의 5%, 도심 외곽지역 촬영에서 직원을 고용할 경우 최대 15%를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가 현재 제작 중인 SF스릴러 ‘아틀라스’는 한 편에 대한 세액공제로만 2050만달러를 약속받았다”며 “세계 최강의 콘텐츠 생산국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미디어기업에 이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세제지원 혜택을 받는 사업자 수와 지원 규모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현행 세액공제 제도에 대한 문제점들도 지적됐다.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장르와 대상이 워낙 한정적인 데다가 수익이 거의 나지 않은 사업 특성상 법인세 공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출 증빙 등 세액공제 신청을 위해 필요한 행정절차가 복잡하니,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신청하지 않는 사업자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올해 말로 일몰되는 세제지원 기한을 연장하고 장기적으로 일몰법이 아닌 상시법으로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상훈 부장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드라마의 경우 방송사가 아니라 외주 제작사에만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며 “이 경우 실제 제작비를 부담하는 방송사업자들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김세원 정책기획팀장은 “현행 제도는 법인세가 발생한 사업자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주는데, 법인세가 발생한다는 건 이득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상콘텐츠산업은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콘텐츠가) 만든다고 다 대박이 나는 건 아니다”라며 현금 환급 형태의 세액공제 방식을 제안했다.

공제율이 확대될 경우 그만큼 적격요건 역시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세액공제율이 높은 영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자국과 관련된 주제로 ▲자국 언어로 기록돼 있고 ▲자국에서 최소 50% 이상을 촬영했을 때 정부 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즉, 자국과 관련된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을 때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태정림 세제분석관은 “공제율 수준이 높아진다면 여기에 대한 적격요건도 강화될 것이다. 적격요건이 높아질 땐 수혜자의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며 “공제율 상향을 위해서는 왜 정부 개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대한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일몰제 폐지는 어렵지만 세액공제 대상과 장르, 공제율 확대는 충분히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OTT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위해 OTT 사업자에 대한 정의 정리를 요청했다. 조특법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통상 사업자가 먼저 특정돼야 하지만 현재 신규사업자인 OTT의 경우 사업자 정의가 담긴 법안이 없다. 사업자 정의를 두고 부처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다.

기획재정부 윤정인 조세특례제도과장은 “조특법상 법체계의 일관성이라는 게 있다. 하지만 OTT콘텐츠물에 대한 정의는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 담긴 반면, OTT플랫폼에 대한 정의는 없다”며 “지금 상태에서도 조특법에 반영할 순 있지만 심플하게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