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백년지대계, AI에 달렸다…인재 키우키 열풍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정이든(29세), 이로운(35세)씨를 찾습니다'
이들은 NH농협은행의 정규직원 이름이다. 정 사원과 이 사원은 이제 막 사번과 임용장을 부여받은 초짜 신입 행원이다. 이들의 소속은 DT전략부 디지털R&D센터로 주로 AI신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정 사원은 테니스와 SNS포스팅이 취미다. 이 사원은 최근 반려묘와 사진 직는데 열중하고 있다.
다른 신입사원과 다른게 있다면, 사람과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진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최근 은행권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AI휴먼의 일종이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되는 AI
각 산업군에서 이제는 인공지능 기술 활용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과거 AI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생소한 느낌에서 벗어나, 실제 생활에서 AI의 효용을 체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AI휴먼을 본격적으로 직원으로 채용하고, 신입 직원을 뽑는 과정에서도 AI역량검사를 도입하는 등 AI를 금융산업을 이끌 차세대 주역으로 삼고 있는 눈치다.
신한은행도 최근 상장한 마인즈랩과 협업을 통해 AI은행원을 가장 최근 선보인 곳 중 하나다. 당장 실제 인간 직원처럼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AI휴먼은 아니여도,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서소문디지로그브랜치, 한양대디지로그브랜치, 여의도중앙지점, 부산서면지점 등 4곳을 가면 AI은행원을 만나볼 수 잇다.
국민은행 역시 올해 1월 말부터 AI기술을 활용한 키오스크를 여의도 인사이트점, 여의도영업부, 돈암동지점에 파일럿 형태로 도입했다. 이들은 은행 상품소개, 업무별 필요 서류 등을 안내할 수 있다.
AI휴먼에 대한 쓰임은 연예산업에도 색다른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 22일 첫 음원 후 엠 아이를 발표하고 가수가 된 로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2만명이 넘는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3D 합성 기술로 만든 로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연예인으로써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스마일게이트가 자이언트스텝과 함께 탄생시킨 한유아 역시 CJ ENM과 함께 올해 상반기 데뷔곡인 아이 라이크 댓을 발표한다.
통신업계도 AI활용 현상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곳 중 하나다. SK텔레콤은 AI를 활용해 퇴원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돌봄콜 서비스를 올해 7월 상용화할 계획이고, KT도 AI능동복합대화 기술을 기반으로한 AI콘택트센터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KT는 MWC2022에서 AIoT 전동 휠체어를 공개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AI화재 감지 기술과 5G 통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드론 솔루션을 개발해 산불 감지 서비스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AI인재 키워라, 한국에 부는 열풍
이러한 산업계 움직임 덕분에 최근 전국 대학에서는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자연어처리 등을 배울 수 있는 AI 관련 학과가 신설되고 있다. 대학이 한국사회에서 가지는 상징성을 생각할 때, 특히 AI학과가 신설되고 있다는 것은 AI가 그만큼 삶에서 실용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상태가 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 조사업체에 따르면 올해 정시 신설 학과 중 인공지능 또는 AI가 들어간 학과가 가장 많았다. 서울 상위권 대학 중에서는 연세대, 경희대, 이화여대, 동국대 등 4개교가 AI학과를 신설했다. 이 가운데 연세대 AI학과 경쟁률은 무려 8.17대 1을 기록했다. AI와 소프트웨어 등 각 산업군에서 4차 산업혁명 인재 수요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 AI검색엔진 업체 관계자는 "현재 수준의 AI가 추론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AI는 아니지만, 이전에 비해 AI성능이 훨씬 좋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AI원천기술을 만들어 각 산업분야에 적용하려는 기업이 많다. 또 큰 기업의 경우도 자체적으로 AI연구를 하거나, 자신들의 AI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기술기업의 기술을 적용하는 등 수요가 상당히 많아진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실제 3년차 관련 개발자의 경우 몸값이 1억원을 호가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AI업계 관계자는 "AI에 일일이 코딩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규모의 데이터셋을 학습시키면 그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사람과 같은 사고와 판단하는 영역을 향해 우리는 도전하는 과정에 있다. 사실상 AI기술 업체가 많지 않다. 또 단순히 시류에 편승해 AI가 아님에도 AI라고 마케팅을 하는 곳들도 있지만, 그만큼 AI시장이 과거에 비해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조명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AI인재 양성, 정부·지자체 차원은
한편 정부에서는 AI관련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고 보고 AI분야에 4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AI관련 중소기업 지원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국가 필수전략기술 10개 중 AI를 포함시키면서 국가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매년 1200명의 반도체 등 전문인력을 양성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AI 기술개발과 활용 확산으로 급격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AI 반도체 인력도 포함돼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AI분야 비전을 공유하고,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AI최고위 전략대화 자리에서의 논의도 주목해 볼 만하다.
이 자리에서는 ▲초거대 AI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국내 중소기업 등에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사용 비용 지원 ▲대규모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을 위해 AI허브를 통해 2025년까지 1300여종 데이터 구축, 개방 ▲ AI반도체 NPU칩 설계기술 확보와 패키지형 제품 생산 지원 ▲AI반도체 개발환경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 개발 추진 등 내용이 공유됐다.
작은정부라고도 볼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수도권 일극화 현상과 지역경제 쇠퇴, 빨라지는 고령화 등에 맞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위해 AI를 선택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 혁신인재 양성가 연결된다. 지역에서 키운 인재가 지역에 정착해 일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생각이 모아졌다.
대표적으로 광주광역시는 주력 산업으로 기능형 가전과 광융합 등을 정하고, AI중소형가전 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광역시도 AI전문인력 양성에 나섰다. 지역 AI교육기관인 울산과학기술원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AI인재 양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AI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안타깝게도 얼마 되지않는 AI인재들의 해외유츨이 심각하다. 국내 차원에서 AI 기술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정부만의 노력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협력과 그를 위한 유도책이 함께 필요하다. 논의된 정책들의 세부화와 실현이 가능하도록 관계부처와 기업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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