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에도 주가 반등 효과 미미 - “올해 효율성 제고·운영 레버리지 개선 초점”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쿠팡이 지난해 22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주가는 여전히 정체 구간에 머물러 있다. 적자가 전년대비 3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쿠팡이 올해 상품 커머스(유통) 부문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주가도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쿠팡 주가는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7% 하락한 21.10달러다. 2일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등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20달러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는 공모가(35달러) 대비 약 40%를 밑도는 수치다. 쿠팡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및 컨퍼런스 콜에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184억달러(약 22조5000억원)로 전년대비 54%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전년동기대비 34% 증가한 50억달러(약 6조1100억원) 매출을 냈다. 분기와 연간 기준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설명이다.
쿠팡 지난해 매출은 국내 대형 유통업체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이마트 별도 기준 매출 16조4500억원에 SSG닷컴(1조4942억원)을 더한 값보다 많다. 이마트가 지난해 인수한 지마켓글로벌(4분기 기준 1184억원)을 합쳐도 18조원대다. 롯데쇼핑 지난해 매출은 15조5812억원이다.
문제는 적자도 ‘사상최대’라는 점이다. 쿠팡 지난해 순손실은 15억4259만달러(1조8627억원)로 전년 4억6316만달러에서 3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2분기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손실 2억9600만달러(약 3237억원)가 포함됐다.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은 4억498만달러(약 4890억원)다.
쿠팡은 상장 이전 이미 누적 적자가 4조6700억원이었다.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누적 적자는 6조원이 넘는다. 이는 쿠팡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물류센터 투자한 영향이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 4000만 평방피트(약 112만평)에 달하는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1500만 평방피트(약 42만평) 물류 인프라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선 물류센터를 위한 투자가 상당부분 진행됐다는 점을 긍정적 신호로 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약 8년간 운영하고, 물류 인프라 투자도 어느 정도 선행한 상태로 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가 상당히 진행된 셈”이라며 “쿠팡 물류인프라 확대 속도는 작년 대비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예상되는 적자 및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2024년은 흑자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외형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선 ‘수익개선’ 입증이 먼저라는 게 업계 전반적 시각이다. 쿠팡 역시 이례적으로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계획으로 수익성 개선에 대한 목표치를 제시했다. 조정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 손실 규모를 4억달러(약 4830억원)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한 것.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쿠팡은 올해 효율성 제고와 운영 레버리지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또한 “리테일 상품 이익은 7분기 연속 증가했다”며 “올해는 장기 조정 EBITDA 마진 7~10% 이상을 향한 여정에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은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성장세 둔화 속에서도 올해 1분기 거래액이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성 개선 동력으론 물류센터 확충을 통한 신선식품 배송(쿠팡프레시) 사업 확장과 쿠팡 유료 멤버십 가입자 수를 제시했다.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2020년 600만명에서 지난해 900만명으로 급증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가 재평가 필수 조건은 수익성 개선을 통한 현금흐름 개선이며 긍정적인 가이던스 달성 여부”라면서도 “점유율 확대 추세의 가속화,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쿠팡에 관심을 둘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쿠팡은 수익성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부터 상품 커머스(Product Commerce) 부문과 성장 이니셔티브(Growth Initiatives) 부문을 별도 보고할 계획이다. 상품 커머스엔 쿠팡 프레시 및 광고 등이 포함되고, 성장 이니셔티브엔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핀테크 사업 등이 포함된다.
쿠팡은 기존 상품 판매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쿠팡이츠 등 신사업 부문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쿠팡플레이, 해외사업, 핀테크 전반에 걸친 투자는 지난해 약 8500만달러(약 1000억원)에서 올해 2억달러(약 2400억원)로 증가시킨다.
김 의장은 “상품 커머스 운영 활용도를 높이고 시너지 효과를 모색할 성장 이니셔티브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러한 실행이 올해 유의미하게 수익성을 개선하고 다음 단계 확장에서 더 효율적으로 쿠팡을 포지셔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