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지난주 한국전력(이하 ‘한전’)을 비롯한 원전 관련주들이 증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큰 강세를 보였다.
주말을 앞둔 지난달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 발언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 등을 오는 2084년까지 장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지난 28일 장이 열리자 한전 뿐만 아니라 한전기술, 두산중공업, 보성파워텍, 우리기술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동시에 원전 운영 및 해체 관련주인 우진, 오르비텍, 비츠로테크, 세아베스틸, 한전KPS 등도 강하게 반등하며 그 기세를 한 주 동안 이어갔다.
지난주 한전은 코스피 시장에서 기관 순매수 1위(2940억원)를 기록했다. 깜짝 상승이 아니라 거래량이 묵직하게 실린 상승이었다. 지난해 9월, 전기요금인상 기대감 때문에 일시 반등했었던 가격인 2만4000원대를 지난주 단숨에 회복했다.
그런데 기존의 논리대로라면 한전의 주가는 지난주 폭락 상황이 나타났어야한다.
지난주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악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100달러~110달러를 단숨에 돌파하고, 그외 가스와 석탄가격까지 불안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은 사상 최대 규모인 5조9000억원(연결기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최근의 국제유가 급등으로 올해 또 다시 실적 방어가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는 이를 반영, 최근 한전에 대한 분석자료에서,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한전의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S&P는 비록 한전이 앞서 올해 4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총 5.6%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 계획안을 발표한 있으나 이 대책으로는 최근 급등한 발전 원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논리였다.
이런 안좋은 상황에서도 한전의 주가가 지난주 5개월내 최고치를 복귀한 것은 당연히 눈에 띨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소 성급할 수 있겠지만 시장 일각에서 한전 수익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로 받아들였기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전 수익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일까
이같은 한전 수익구조에 대한 기저 인식의 변화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문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현실적인 주축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자력의 존재감’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쨌든 향후 60년간은 원자력 의존도는 불변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신한울 1, 2호기와 신고리 5, 6호기는 포항과 경주의 지진, 공극 발생, 국내자립기술 적용 등에 따라 건설이 지연됐는데, 그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선제적 투자가 충분하게 이뤄진 만큼,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즉, 원전의 가동율이 지금보다 높아지면 한전의 수익구조는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둘째,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이미 TV토론 등을 통해 기존 문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결이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사가 중단됐던 원전은 재개해서 가동하고, 여론을 살펴 현실에 맞는 실용적인 원전 전략을 짜겠다고 약속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원전 강국’을 내세우고 있다.
즉, 시장에선 차기 대선주자들이 기존보다는 원전 친화적인 정책 기조를 펼 것으로 보고, 이것이 한전 수익 구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 우리가 지향하는 ‘수소 경제’로 가는 사다리로서의 원전 필요성, 그리고 EU ‘그린 택소노미’에 가스와 원전을 포함시킨 사례와 같이 원전의 경제 전략적 가치에 우리도 유연하게 대처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수소에너지를 생산하기위한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원전을 활용하는 것인데, 다만 이를 위해서는 핵폐기물의 처리과 관리, 시설 확보가 전제돼야한다.
또한 EU도 ‘원전’을 위험(공해)물질로 보는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킨 것은 오는 2045년까지 핵폐기물 관리를 위한 계획, 2050년 관련 시설의 완비 등의 단서를 달았다.
‘핵 폐기물에 대한 관리’가 앞으로 중요한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겠지만 그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한전으로서는 한결 좋아진 사업환경을 맞이할 것이란 기대다.
즉, 한전이 기존처럼 ‘재생에너지 개발 투자'를 지속하더라도 '원전 기반의 에너지 생산 효율성 확보’를 병행하게될 경우, 한전의 보폭은 기존보다 훨씬 경쾌해질 것이란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