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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유망기업탐방] '반도체 스트립 1위' 피에스케이, 美 램리서치와 재대결

김도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장비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생산능력(캐파) 확대를 위해 글로벌 기업이 경쟁적으로 증설에 나선 영향이다. 반도체 장비는 노광(네덜란드)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미국과 일본 업체가 선두주자다. 국내는 대부분 후발주자인 가운데 유일하게 1위를 차지한 곳이 있다. 주인공은 포토레지스트(PR) 스트립 장비가 주력인 피에스케이다.

피에스케이는 1990년 설립된 회사다. 지난 2019년 인적 분할을 통해 피에스케이(전공정)와 피에스케이홀딩스(후공정)로 나누어졌다. 현재 PR 스트립, 드라이클리닝 등 설비를 국내외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기 화성 본사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는 만큼 부채비율이 낮고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 확장하고 있다”며 “2~3년마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피에스케이의 ‘필살기’ PR 스트립은 노광 공정 이후에 쓰인다. 노광은 PR을 바른 웨이퍼에 회로 패턴이 그려진 하드마스크를 올려 빛을 조사하는 단계다. 이후 남겨진 PR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이 PR 스트립 역할이다. 피에스케이 제품은 플라즈마를 활용한 건식(드라이) 방식이다. 플라즈마는 기체가 초고온 상태로 가열돼 전자와 양전하를 가진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다.

해당 시장에서 피에스케이는 점유율 30.4%(2018~2020년 기준)를 차지한다. 중국 맷슨테크놀로지(22.1%), 미국 램리서치(14.9%) 등을 앞지른 1위다. PR 스트립은 피에스케이 매출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 상품이다.

2017년과 2019년부터 양산 돌입한 드라이클리닝, 뉴하드마스크(NHM) 스트립도 매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드라이클리닝은 식각(에칭) 공정 이후 표면 불순물을 없애는 설비다. 식각은 노광 이후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제거하는 과정이다.

NHM 스트립은 포토마스크 보조재료인 하드마스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하드마스크는 노광 공정에서 패턴 붕괴를 막고 PR을 일부 남기기 위해 추가된다. 반도체 회로 선폭이 미세화되면서 하드마크스 필요성이 더욱 증가했다. 피에스케이는 낸드플래시에 새 막질을 적용한 미국 고객사 수요 대응 차원에서 NHM 스트립을 생산하게 됐다.

피에스케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해외 반도체 제조사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 다변화 작업이 지속 이뤄지고 있다. 매출 40% 내외를 담당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고른 분포를 보인다”고 전했다.

원동력은 글로벌 네트워크다. 피에스케이는 6~7개 국가에 거점 26곳을 보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 공장 인근에 법인을 둬 즉각 대응을 가능케 했다”면서 “앞으로도 해외 거점을 늘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에스케이는 신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대상은 베벨(웨이퍼의 둥근 가장자리) 에처다. 이 제품은 웨이퍼 경사면에 남아있는 금속 또는 비금속 막을 제거한다. 반도체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개선에 도움을 준다.

베벨 에처는 그동안 램리서치가 독점해온 분야다. 피에스케이는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 고객사와 공급 협의 중이다.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다만 변수가 있다. 램리서치가 베벨 에처 특허 이슈를 제기했다. 향후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사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내부적으로 법적 검토를 마쳤다. 영업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피에스케이는 식각 공정을 보조하는 에치 백 설비도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로 식각 장비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 1위 램리서치와 정면승부가 불가피하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사이기는 하지만 지향점은 테크 회사다. R&D 투자와 인력을 늘려 마켓 리더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같은 맥락에서 피에스케이와 피에스케이홀딩스는 경기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15층 규모 R&D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했다. 총 825억원이 투입된다. 2021년 8월 착공 돌입,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지리적 특성상 인력 채용에도 긍정적이다.

한편 피에스케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2021년 연간 매출 4445억원, 영업이익 99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67%와 214% 증가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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