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격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또 다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수도 키예프 함락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모두 여기 있다. 우리 모두 여기서 우리의 독립과 조국을 지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국민들을 독려하는 모습에선 처연함이 묻어난다.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 가입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러시아로부터 무자비한 공격을 당하고 있지만 정작 나토는 본격적인 군사 개입을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렇게 전면전으로 나올지 미처 예상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세계 주요 분쟁지역 국가들이나 강대국에 틈바구니에 끼여있는 국가들은 ‘전쟁에선 그 누구의 도움도 낙관해선 안된다’는 냉엄한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 자주국방 외에는 답이 없다.
◆러-우크라이나 사태로 재조명된 ‘K-방산’
28일 마감한 국내 증시에서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한화시스템 등 주요 방산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제적 분쟁이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돌발하면 일반적으로 방산주 전체가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이날 흐름은 기존과는 다소 달랐다.
LIG넥스원 6만8100원(+6.41%),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만2000원(+6.34%), 한국항공우주(KAI) 3만7100원(8.01%), 한화시스템 1만5700원(+5.02%) 등 대형 방산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 했다.
반면 빅텍 6950원(+0.87%), 풍산 3만1820원(+0.13%), 스페코 6250원(-2.95%), 퍼스텍 4630원(-2.30%), 휴니드 7870원(-0.63%), 한일단조 3335원(-2.06%)등은 강보합 또는 전일대비 하락해 대조를 보였다.
이처럼 이날 방산주 섹터내에서 희비가 엇갈린 것은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등 대형 방산기업들이 ‘무기 수출’ 수혜 기업으로 지목됐기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자회사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은 올해들어, 총 4조원 규모의 UAE 미사일 및 2조원 규모의 이집트 K-9 자주포 수출 계약의 직간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지난 1월, UAE와 수출 계약을 체결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II(MSAM-II,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 무기체계다.
기존 미국 지대공미사일인 호크 미사일(MIM-23 HAWK)을 대체하기 위해 ‘철매-2’이라는 사업명으로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주도로 개발을 시작해 LIG넥스원이 제작했다. 또 이 사업에서 한화시스템은 천궁의 눈 역할을 하는 핵심 센서인 MFR을 공급했고, 2023년까지 천궁 MFR 성능개량형(천궁-II MFR)을 양산 및 공급할 예정이다.
◆중동, 동유럽,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무기 수출 시장 높은 잠재력
관련업계 및 증권가에선 이번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중동 및 동유럽,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자주국방 이슈와 함께 무기구매 수요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미사일 및 전술지휘통제체계, 실전에 투입도 가능한 고등 전투훈련기 T50, 막강 화력과 이동성을 자랑하는 K-9자주포, 장갑차 등에서는 이미 높은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국내 무기 수출이 전체적으로 증가하면 빅텍, 풍산, 퍼스텍, 휴니드 등 관련 기업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다만 그동안 이들 기업들은 해외 무기 수출 이슈보다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이나 지난 2019년 6월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태와 같은 극심한 남북관계 경색이 발생할 때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했었다.
이날 상대적으로 주가가 크게 반응하지 않은 것도 주로 수출보다는 내수형 방산기업이란 인식이 강했기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