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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시대 끝났다"…꿈의 영업이익률 ASML, 저물어가는 니콘·캐논 [IT클로즈업]

김도현

- 노광 독점 공고해진 ASML…업계 “EUV 효과 더 강해진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벚꽃이 지고 튤립이 피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노광 장비 시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일본이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한 반면 네덜란드의 독점 체제는 심화한 상황을 비유한 표현이다.

노광은 반도체 8대 공정 중 하나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단계다. 빛을 쏘아 패턴 형성하는 과정이다. 전체 생산 시간과 비용에서 각각 60%, 35% 내외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가장 크다. 공정 미세화로 노광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 장비 분야를 장악한 네덜란드 ASML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2021년 연간 영업이익률 30% 돌파=ASML은 1984년 네덜란드 필립스와 ASMI가 합작 설립한 회사다. 목재 건물에서 사업을 시작할 정도로 초반에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1990년대만 해도 일본 니콘과 캐논도키가 노광 장비 시장을 주름잡던 때다.

2000년대 들어 노광 기술이 불화크립톤(KrF)에서 불화아르곤(ArF)으로 전환하던 시점에 ASML은 주도권을 잡아갔다. 일본 업체들은 자국 반도체 시장이 흔들리면서 성장세였던 디스플레이 제품에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이 시기에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선택이 이뤄진다. 노광 톱3는 1990년대 말부터 등장한 EUV를 보는 시각이 엇갈렸다. EUV는 ArF 대비 13배 이상 얇은 파장으로 정밀 패턴 구현에 적합한 기술이다. 다만 EUV는 X선, 감마선, 가시광선 등과 달리 지구상에 없는 파장이었다. 모든 물질을 흡수하며 공기 중에 노출되면 사라지는 성질이 있다. 다루기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의미다.

당시 EUV 상용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니콘과 캐논도키는 일찌감치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ASML은 달랐다. 장기적으로 차세대 노광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연구에 돌입했다. 난도가 높았던 만큼 난항을 겪었으나 삼성전자 등 일부 고객사의 지원으로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ASML은 2010년대 들어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위상이 바뀌면서 ASML 영향력은 빠른 속도로 확대했다. 결국 EUV 시스템 개발에도 성공했고 2017년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TSMC와 SK하이닉스가 뒤따랐고 인텔 마이크론 난야테크놀로지 등도 EUV 적용을 공식화했다. 대당 2000억원에 달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공급 불균형 상태다.

수주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ASML 매출에서 EUV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내외로 늘었다.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2021년 연간 매출 186억유로(약 25조1400억원), 순이익 59억유로(약 7조97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33%와 66% 상승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36.3%에 달한다. 통상 장비업체는 두 자릿수만 넘어도 호성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도 미래도 적수가 없다=ASML이 꿈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데는 EUV 독점 효과가 큰 역할을 했다. 대안이 없다는 사실은 ASML의 무서운 점이다.

ASML은 EUV 광원 기술을 독점 보유한 사이머를 인수했고 광학렌즈 노하우를 갖춘 자이스 지분을 사들였다. 장비 공급망까지 지배한 셈이다. 시도하는 경쟁사조차 없어 한동안 ASML 독주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니콘이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라는 대체 기술을 내세웠으나 최근 들어 관련 소식이 전무하다. NIL은 빛이 아니라 패턴이 그려진 스탬프로 회로를 그리는 방식이다.

EUV를 움켜진 ASML은 ArF와 KrF 장비 패권도 확보했다. 여전히 매출 비중 40~50% 차지하는 핵심 제품군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UV 장비 계약 과정에서 ASML에 잘 보이려면 다른 설비까지 사들이는 게 유리하다. EUV 생산 대수는 한정인 데다 기존 공정 활용도가 높아 세트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ASML은 2020년 31대, 2021년 42대 EUV 장비를 출하했다.

결과적으로 ASML은 반도체 노광 분야에서 점유율 80% 이상을 확보했다. 니콘과 캐논도키 입지가 줄어드는 만큼 ASML 지배력은 반비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한 업체가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향후 일본 기업들이 해당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9일(현지시각) ASML은 2021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텔로부터 차세대 EUV 라인업 ‘하이(High)-NA’ 장비 주문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오는 2025년 양산 예정으로 기존 EUV 대비 렌즈 및 반사경 크기를 키워 해상력을 0.33에서 0.55로 높였다. 해상력은 렌즈나 감광 재료가 얼마나 섬세한 묘사가 가능한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장비 기업이 공식 석상에서 고객사와의 거래 내용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EUV 독점 체제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당 3000억으로 추산되는 하이-NA가 등장하면 ASML의 수익성은 지속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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