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현실에선 볼 수 없고, 어쩌면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달라는 아련함을 가지고 현실을 살아간다.
고인(故人)된 사람들이 환생한 듯 돌아온다. 특히 좋아했던 사람의 생전 모습을 다시 마주하니 울컥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AI를 이용한 ‘가상인간’ (AI 휴먼)기술이 안타깝게 우리곁을 떠났던 연예인들을 부활시키고 있다. 오는 28일 첫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얼라이브'의 1차 티저 영상이 지난 12일 유투브로 공개돼 큰 화제다.
이 무대의 첫 주인공이 다름아닌 지난 201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뮤지션 울랄라세션의 임윤택이기 때문이다. AI 휴먼으로 부활한 임윤택은 실재 사람들과 무대를 꾸민다. 임윤택은 AI기술을 통해 음성, 페이스, 바디모델을 사용한 딥페이크 기법 등을 동원해 부활했다. 얼라이브에서는 지난 1987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유재하의 무대도 준비하고 있다.
AI휴먼과 실재 인간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시도는 여러 차레 있었다. 지난 2020년 12월, 음악 채널 엠넷(mnet)을 통해 터틀맨이 12년만에 부활했다. 당시 최고 인기를 달리던 거북이의 리드싱어 터틀맨 임성훈씨는 지난 2008년 4월, 심근경색으로 요절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엠넷은 AI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을 통해 터틀맨과 여성 멤버 금비와 지이가 합동 무대를 펼쳐 팬들을 울렸다.
사진=엠넷 유투브 영상 캡처
그런데 한편으론, AI 휴먼과 관련한 소식에 눈길을 끄는 것은 고인들을 ‘가상 기술’로 소환하는 것에 반대하거나 불편해하는 온라인 의견들도 눈에 띤다는 점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고인에 대한 추모로 포장해 자칫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 그리고 고인에게도 잊혀질 권리가 있다는 점, 또한 고인을 잊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그래서 이제는 고인을 흑백사진처럼 아련함으로 조용하게 기억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들어보면 다 나름대로 납득할만한 이유들이다. 정답이 없고, 갑론을박의 대상도 아니다.
날로 진화하는 AI 휴먼 기술을 통해 우리는 가상현실에 조금씩 알게 모르게 더 익숙해져 간다. 지금은 생경하지만 앞으로 더 깊게 진화하게될 메타버스(Metaverse)에는 나와 또 다른 내가 존재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과연 미래의 우리 삶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가상현실에 대한 속도와 방향에 대해 한 번쯤은 사회적 담론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지나치거나 또는 너무 엉뚱한데도, 그것마저 혁신으로 오인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