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시장에 관심이 집중된 사업 입찰에선 그 결과를 놓고 으레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회 공익적 성격의 사업에선 그런 논란은 조금이라도 용납될 수 없다.
지난 11월24일 서울의 모바일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풍권’의 운영사업자로 신한금융컨소시엄이 새롭게 선정됐지만 아직 뒷맛이 개운치않다. 입찰에 참여한 특정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내기위해 200억원대에 달하는 기여금 성격의 공여를 하기로 약속했다는 소문 때문이다.
물론 신한금융컨소시엄에 참여한 신한은행, 신한카드, 카카오페이 등 당사자들은 이같은 루머 자체가 ‘근거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의 이번 서울사랑상품권 운영사업자 입찰공고를 보면 금전적 공여로 인식되거나 특정할만한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입찰 공고 ‘추가제안’ 부문에서 ▲‘상품권 활성화를 위한 차별화된 부가서비스’,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의 발전에 관한 제안’ 등이 명시돼 있어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즉, 현금 공여가 아닌 새로운 간편결제시스템 구축 등을 일종의 현물 공여로 간주한다면 그렇게 볼 수 있다. 모바일기반의 ‘서울사랑상품권’을 기존 제로페이가 아닌 카카오페이 방식으로 유통시키기 위한 별도의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경우를 가정한다면 그렇다. 물론 운영사업자가 유통의 편리성을 확보하기위해 그런 투자를 하는 것은 자유다.
그렇다하더라도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고작 2년간 보장된 ‘서울사랑상품권’ 위탁 운영사업을 위해 운영사업자가 자발적으로 2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이냐라는 질문이 남는다. 고작 1%의 상품권 판매 수수료 수익으로 챙기는 운영사업만으로는 투자금 회수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수익내기 어려운 사업인데, 왜?
서울시는 입찰공고를 통해, 이 사업의 소요예산은 ‘상품권 발행금액의 1.0% 수준의 발행 수수료’라고 명시했다.
서울시는 ‘발행 수수료는 향후 달라질 수 있다’고 여지를 뒀지만 “고작 1%의 위탁 운영수수료를 먹기위해 200억원 이상을 베팅하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다만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규모가 커지면 그와 비례해 운영사업자의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서울시는 입찰 공고에서, 2022년 상품권 발행액으로 약 5000억원 이상 발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년간 발행된 ‘서울사랑상품권’은 현재까지 1조7676억원이며, 126만명이 사용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2022년 예산에서 전국전으로 지역화폐 발생이 30조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내년 서울사랑상품권의 발행 규모도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하더라도 1%의 상품권 수수료 수익만으로 위탁 운영사가 운영비를 충당하는 것은 역시 녹록치 않다.
결국 이 때문에 ‘200억원 베팅설’은 여러 정황과 맞물려 다른 각도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존 서울지역의 ‘제로페이(Zeropay)’ 가맹점들을 차지하기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견해가 많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지난해 서울 지역 ‘제로페이’ 결제망을 통해 빠르게 소비됐다. 현재 서울 제로페이 가맹점은 총 37만9000개(21년 9월말 현재)에 달한다. 서울 제로페이 가맹점 중 소상공인 가맹점 비중이 96.7%(총 39.2만개중에서 37.9만개)로 소상공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제로페이' 결제망을 '카카오페이'로 대체?… 카카오페이에 쏠리는 관심
이런 배경때문에, 참여업체들이 향후 2년간 ‘서울사랑상품권’ 운영 대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로페이 가맹점을 자사 비즈니스 전략으로 끌어들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 사업에 참가한 카카오페이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카카오페이가 기존 ‘제로페이’ 결제망이 아닌 카카오페이와 연계해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게되면 자연스럽게 서울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한 카카오페이의 가맹점 확산이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2년간의 서울사랑상품권 운영기간이 종료되더라도 기존에 구현됐던 카카오페이 결제 인프라는 계속 남기된다면 카카오페이 입장에선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한편 소상공인들은 올해 ‘카카오 택시’수수료 논란 사례를 들며, 카카오페이가 기존 0%인 서울사랑상품권 수수료 체계를 언젠가는 인상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수수료 체계가 당장 변화될 가능성은 낮다. 수수료를 서울시와 자치구가 선부담하는 구조이고, 또한 내년 6월 전국 지방선거가 예정돼있어 소상공인들을 자극해 논란을 자초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전임 시장 치적지우기? 정치권으로 불똥튈수도
지난해 1월 발행을 시작한 ‘서울사랑상품권’은 공교롭게도 유통 과정에서 ‘제로페이’와 깊은 연관을 갖게됐다. 제로페이는 전임 시장인 고(故) 박원순 시장의 역점 사업중 하나였다.
‘제로페이’가 지난 몇 년간 재래시장 등 소상공인 가맹점을 뚫어냈고, 그렇게 구축된 결제망을 통해 재난지원금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일각에선 이번 사업자 선정이 내년 지방선거에 앞서 ‘제로페이’의 흔적 지우기가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자칮 정치권으로 논란이 번질 여지도 있는 것이다.
서울 시민의 입장에선 ‘서울사랑상품권’은 제로페이 결제망을 통하든 아니면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든 상관없다. 둘 중 사용 편리성이 좋은 결제 수단을 선택해 사용하면 그만이다.
다만 그동안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골목상권 소상공인 간편결제시스템을 제로페이가 어렵게 구축해 놓았는데, 이제 어느정도 터를 닦아놓으니 대기업인 카카오페이가 손쉽게 진입한 것에 대한 정서적 반감을 풀어내는 것은 별개의 숙제다.
‘서울사랑상품권’은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모바일 기반의 지역화폐(서울사랑상품권)를 위탁받아 운영, 유통하는 공익적 성격의 사업이다. 따라서 이같은 논란 자체가 사업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서울시 또는 서울시 의회가 직접 사업자 선정 과정을 들여다보고, 청문회 등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의혹 해소에 나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