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2021결산/반도체] 해소되지 않은 공급난…세계 대전 발발

김도현
- 메모리 가격 반등…차세대 제품 연달아 등장
- 파운드리 황금기에 인텔 참전…美, 반도체 패권 다툼 주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올해는 1년 내내 반도체가 부족했다. 완성차업계 수요 예측 실패에서 촉발한 공급난은 정보기술(IT) 기기 판매량 급증으로 증폭됐다.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시장 모두 좋았다. 반도체 제조사는 역대급 투자로 밀려드는 주문에 대응하기로 했다.

◆메모리 시장 겨울은 ‘아직’=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DDR(Double Data Rate)4 8기가비트(Gb)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사용되는 128Gb 멀티레벨셀(MLC) 낸드플래시의 작년 12월 고정거래가격은 각각 2.85달러, 4.20달러다.

D램의 경우 1월(5.26%)부터 오름세를 맞이한 가운데 4월(26.67%)과 7월(7.89%)에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 10월 9.51%포인트 하락했음에도 11월 가격은 3.71달러다. 낸드 역시 4월(8.57%) 및 7월(5.48%)아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달 기준 4.81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버 운영사의 메모리 구매 재개, 노트북 PC 등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호성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이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섰다. D램으로 한정하면 분기 최대 수량을 경신했고 매출로는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3년 만에 분기 매출 10조원을 넘어섰다. 3분기에는 11조원까지 돌파했다. 풍향계 역할을 하는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난야도 실적 개선을 이뤄내면서 업계 전반이 선방했다.

업황만큼 업체 간 기술 경쟁도 뜨거웠다. 시발점은 3위 마이크론이다. 작년 11월과 올해 1월 176단 낸드 및 10나노미터(nm)급 4세대 D램을 세계 최초 출시하면서다. 1~2위 업체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이슈다. 삼성전자는 업계 관례를 깨고 4세대 D램 선폭을 구체화했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3를 세계 최초 출시하는 등 마이크론 도발에 맞섰다.

아울러 양사는 차세대 노광 기술인 극자외선(EUV) 공정을 연이어 D램 생산에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제조과정에서 획득한 노하우를 선제적으로 D램에 투입했다. 현재 경기 평택 2공장(P2)에서 EUV 기반 D램 양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경기 이천 M16 팹을 가동 시작하면서 EUV 시대에 동참했다.

◆갑과 을이 바뀐 팹리스와 파운드리=파운드리 산업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요 업체 공장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부족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오히려 업계는 생산단가를 올렸다. 대만 UMC와 VIS를 시작으로 TSMC, 중국 SMIC와 국내 삼성전자 DB하이텍 등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분기마다 가격이 올라가면서 TSMC의 경우 영업이익률 40%를 찍었다.

올해도 TSMC는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면서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삼성전자는 격차를 줄이지 못했으나 자체적으로는 미국 한파 직격탄을 맞은 1분기를 제외하면 매출 신기록 갱신을 이어갔다. UMC 글로벌파운드리 SMIC 등 중상위 업체도 성적이 좋았다. 국내에서는 DB하이텍 키파운드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등이 상승세를 탔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한 점도 눈에 띈다. 중앙처리장치(CPU) 등 주력 부문 부진을 메울 카드로 파운드리를 낙점했다. 미국의 자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 선봉장이라는 명분도 있다.

이들 업체에 메모리 제조사까지 더해 반도체 업계는 5분기 연속 투자 규모 최대치를 달성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268억달러(약 32조원)다. 전기대비 8% 전년동기대비 38% 늘어났다.

비용 부담이 확대한 팹리스는 희비가 엇갈렸다.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엔비디아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가상자산 시장 반등, 노트북 수요 증대 등이 긍정 요인이다. 매출과 시가총액이 동반 상승하면서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퀄컴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모바일 시장 부진 여파를 겪었으나 사업 영역 확대로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AMD는 인텔 추격에 성공했다. 여전히 격차가 크지만 서버용 CPU 점유율 두 자릿수를 달성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 전반으로는 ‘탈(脫)인텔’ 기조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애플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이어 PC 프로세서 독립에 나선 가운데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등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섰다. 인텔 아키텍처 ‘x86’ 비중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팹리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파운드리 호황의 역설을 겪었다. 삼성전자 DB하이텍 등에 물량이 몰리면서 대형 고객사 위주로 생산 우선순위가 재편되고 있다. LX세미콘 텔레칩스 등 중견 팹리스를 제외하면 칩 테스트마저 쉽지 않은 상태다.

◆내년도 반도체 부족할 듯…반도체 세계 대전 계속=반도체 수급 불안은 2022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최소 2023년까지는 수요공급 불균형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의 경우 당초 우려보다 수요가 많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긍정적으로 예상한다.

주요국의 반도체 전쟁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미국은 3차례 반도체 회의를 개최하고 주요 기업 및 기관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유럽과 일본 등도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과 대립점에 선 중국은 반도체 제재 불구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국가대항전에 낀 반도체 기업은 기대 요소와 불안 요소가 공존하다. 각국으로부터 투자 인센티브 등을 받을 수 있겠으나 미중 분쟁에서 섣부른 판단을 내릴 시 사업 근간이 흔들릴 리스크가 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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