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누리호(KSLV-Ⅱ)’ 발사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오는 21일 오후 4시로 맞춰졌다. 지난 2013년 나로호가 2번의 실패 끝에 가까스로 성공한 이후, 이번에는 순수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우주발사체다. 만약 발사에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의 중대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나라가 된다.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소개됐지만 이번 누리호는 몇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기초 과학 기술의 진화, 산업적 가치, 국가 안보의 문제까지 여러 방면에 걸쳐 역사적 함의가 크다.
먼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 우주 기술력의 빠른 발전이 놀랍다. 발사체의 추진, 엔진 설계와 제작, 발사체의 조립과 운용, 발사대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마다 가지는 산업적 가치가 적지않다.
우주발사체와 엔진, 위성 조립 등에 30만개가 넘는 수많은 연관 부품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우주 산업이라는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가 새롭게 창출되는 것이다. 이번 누리호만 해도 국내 3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사진 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또한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향하는 발사체 기술은 곧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체계 기술을 가진 국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보 전략에 있어서도 큰 기초 자산을 확보하는 셈이다. 지난 2013년 나라호의 발사체는 러시아 기술에 의존했었고 이 때문에 ‘반쪽 짜리 성공’이란 평가를 들었다.
2022년부터 누리호는 성능개선을 위한 반복 발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2024년에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고체 발사체용 발사장이 지어진다. 2030년에는 달 착륙선 계획이 추진중이다.
물론 IT업계 입장에서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해야할 것은 산업적 가치, 특히 글로벌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누리호의 성공은 큰 모멘텀을 갖는다는 점이다. 즉 4차 산업혁명을 강력하게 견인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서의 가치다.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인프라 혁신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월등한 속도로 업그레이드되는 ‘우주 통신’, 즉 우주 인터넷 인프라를 갖춰야만 위성 GPS 체계를 우리가 독자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위성 GPS는 국방에서 먼저 개발한 것을 민간에서 활용하면서 더욱 활용도가 높아진 것이다.
중국의 경우, 이미 지난해 바이두(北斗) 계획을 통해 위성 GPS체계를 최종 완성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1994년 1차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이 위성GPS를 이용해 10센티미터의 오차도 없이 이라크내 주요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것에 충격을 받고 위성 GPS체계 개발을 서둘렀다고 한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20여년만에 전세계를 커버하는 독자적인 위성 GPS체계를 완성했다. 중국은 외국의 위성에 의지하지않고 이제 독자적인 위성 GPS를 이용해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측면에서 본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독자적인 위성GPS 체계는 국가 기간 인프라인 셈이다. 누리호의 발사에 ‘우주 독립’이란 원대한 의미를 담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올해 6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이하 ‘KPS’) 추진 체계를 확정 발표했다. 총 3조7234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다. KPS는 오는 2027년 첫 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정지궤도 위성 3기, 경사궤도 위성 5기를 한반도 인근에 띄워 초정밀 지역항법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군사·정찰용, 6세대(6G) 이동통신 기술 검증용 위성 등도 발사할 계획이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쉽지않은 길, 담대한 도전
혹자는 “우주 개발이 지금 당장 필요한 사안이냐?”고 묻는다. 현재 우리의 국력(경제력)으로 우주 분야에 너무 큰 경제적 기회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인 질문인 것은 맞다. 실제로 우주 산업은 그 자체로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우주 발사체를 개량하고, 앞으로 상업적 가치를 가질때까지 몇천억, 몇조원이 더 투입될지 아무도 모른다.
한편으론 우주 발사체 자체가 가지는 군사 전략적 가치 때문에 한반도 주변 4강의 국제정세 변화로 예상치못한 불확실성에 직면할수도 있다. 이는 기술외적인 문제다. 이런 리스크들때문에 우주는 그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아직은 우리에게 ‘사치’(奢侈)가 아닐까하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조선과 중공업, 반도체가 그랬듯이 불가능을 딛고 일어나 끝내 신화를 창조했다. 우주 항공분야라고 처음부터 꽃길일 수 없다. 이번 누리호 발사가 연기되거나 실패할수도 있다.
그러나 가는 방향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이미 우주 발사체에 성공한 나라들도 숱한 ‘실패’라는 비용을 치렀다. 우주로의 담대한 도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