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국내 IT업계에선 삼성SDS, LG CNS, SK(주) C&C 3사를 ‘IT서비스 빅3’로 통칭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시장에선 그렇게 부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제 이 3사를 ‘빅3’라는 카테고리로 묶는건 무리다. 3사 모두 여전히 그룹 SI(시스템통합)이 주력이지만 현재 3사가 추진하는 사업 전략, 사업의 성격, 매출 등 외형, 그룹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 심지어 존재의 이유에 있어서까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빅3’라는 영광스러운 호칭도 지금은 부자연스럽다. ‘IT서비스 빅3’는 국내 IT산업 생태계의 최상단에 위치하면서 시장을 이끄는 3두 마차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까지 포괄한 수식어였다.
하지만 지금 IT시장 생태계의 최상단에는 AWS(아마존웹서비스), MS(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클라우드서비스와 같은 국내외 클라우드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이 주도하는 클라우드 시장이 결코 적지않은 한해 20조원 규모의 IT서비스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한 때 종합 예술로 불리던 IT서비스 시장이 이제 ‘클라우드’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여기에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로 돌진하는 빅테크 기업들과 ‘모빌리티’ 중심의 탈통신 전략으로 재무장한 통신사들이 이제는 새로운 IT시장의 주도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1년을 지나고 있는 지금, 국내 IT시장에서 이들 빅3가 더 이상 무대의 주인공은 아니다.
◆미친 속도감, 너무 빨리 변하고 있는 IT시장
지난 2~3년간 폭풍과도 같은 ‘디지털 전환’ 바람으로 벼락같은 IT시장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고, 클라우드 방식의 파격적인 IT인프라 운영체계의 변화 역시 새로운 위기와 기회를 낳고 있다
‘IT서비스 빅3’중에서도 맏형으로 불렸던 삼성SDS의 실적을 살펴보면 당면한 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삼성SDS는 크게 ‘IT서비스’와 ‘물류’ 두 가지가 주력사업이다.
삼성SDS의 실적표를 보면, 물류 사업 위주로 외형이 커지고 있을뿐 정작 성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시장인 IT서비스 부분의 매출 속도가 시장 기대치보다 더디다는데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2021.1~6월) 실적 기준으로 보면, IT서비스 사업 매출은 2조7602억원(외부매출기준)으로 전체 매출액의 43.7%를 차지하고 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 외형은 늘었지만 매출 비중은 오히려 전년 동기 9%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반면 같은기간 물류 사업 매출은 3조5519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56.3%를 차지한다. 전년 같은 기간 매출 2조3971억원, 매출비중 47.9%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물류사업에서의 뛰어난 실적 개선을 중심으로 현재의 삼성SDS의 외형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SDS가 3자 물류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외부 매출비중을 높여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려는 목적이었고 이제 그 목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사업 자체로만 본다면 물류사업은 여전히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될 가능성은 적은 분야다. 증권사들은 물류 사업에서의 선전을 기대치로 높게 잡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DHL 등 글로벌 메이저들이 장악하고 있는 물류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SDS가 물류사업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685억원이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15.5%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지난해 상반기 7.4%와 비교해서 올해 나아진 것이다.
결국 삼성SDS는 전체 영업이익의 85% 이상을 창출하는 IT서비스 사업에서 승부를 걸어야한다.
삼성 SDS의 IT서비스 사업은 ‘비즈니스 솔루션’(SW)과 클라우드 & ITO(아웃소싱)으로 세분된다.
올 상반기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 매출은 7983억원(매출비중 12.6%), ‘클라우드& ITO’부문 매출은 1조9618억원(매출비중 31.1%)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솔루션과 클라우드(ITO), 두 영역 모두 전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매출 규모는 약간 늘었지만 오히려 전체 매출 비중은 0.6%, 7.8%씩 각각 감소했다.
평범한 실적에 그친 이유로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시장 위축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이유가 될 수 없다. 지난 1년간 오히려 국내 ‘클라우드 & ITO’시장이 큰 활황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삼성SDS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얘기다.
가트너는 올해 국내 IT서비스 시장 성장률을 11%로 분석했는데, 이는 연평균 4% 내외의 시장 성장률과 비교할 때 상당히 역동적인 수준이다.
참고로, 네어버에서 분사한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중심으로 2737억원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대비 41%나 성장한 것이다. AWS, MS 등도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적지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의 평균 성장률은 18~20% 수준으로 분석된다.
◆이제라도 클라우드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 절실
삼성SDS로서는 IT서비스 부문에서 시장이 인정할만한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야한다. 특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클라우드 & ITO’ 시장에서의 의미있는 선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SDS를 사례로 들었지만, 빅3 모두가 당면하고 있는 공통적인 숙제다.
여기서 ‘의미있는 선전’이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클라우드 시장 생태계에서 빅3가 최상단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은 기존 IT아웃소싱 시장처럼 서비스 아니라 솔루션,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비즈니스 연관성이 매우 큰 사업이다.
그러면 자연히 AI(인공지능), 블록체인, RPA(로보프로세스자동화) 등 혁신적인 솔루션을 중심으로 SW부문에서도 시너지와 함께 의미있는 성장세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IT서비스 빅3가 주력해왔던 국내 SI시장은 이제 한꺼번에 수천억원씨 턴키로 발주되는 관행은 사라지고 있다. 기존의 빅뱅 방식에서 고도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결과적으로 만약 빅3가 클라우드 시장에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대응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흘러간 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남은 시간과 기회는 많다.
지난 14일, 삼성SDS가 자사의 ‘홈 IoT’사업을 매각한다는 소식에 IT업계가 술렁였다. 비즈니스 솔루션 분야라 하더라도 시장 우위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구조조정하는 것은 옳은 결정이다. 삼성SDS는 이번 홈 IOT 사업 매각 추진의 명분으로 ‘선택과 집중’으로 들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되돌아볼때 이번에는 그 선택이 틀리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