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가 지속 제기되는 망사용료 분쟁 및 세금회피 의혹에 대해 국내 언론에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결과적으로 실망만 남겼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4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내 핵심을 회피하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특히, 망사용료와 세금회피 논란을 지적하는 질문에는 “한국의 법과 절차를 존중하며, 한국 기업들과의 협상을 원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넷플릭스는 자체 CDN 서비스인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개발·구축해 전 세계 1000여곳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제공하고 있으며, 따라서 망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OCA를 통해 ISP의 트래픽 부담을 충분히 경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이 망사용료 문제로 SK브로드밴드와 소송을 치르고 있다.

통신업계에선 넷플릭스의 OCA는 ISP의 트래픽 부담을 줄이지 못하며, 넷플릭스는 오히려 OCA를 앞세워 응당 ISP에 내야 할 망사용료 지불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와 애플 등 다른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CDN 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망사용료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국내 ISP들에게 단순히 OCA 같은 기술적 협력 말고 경제적 대가로서 망 이용대가를 낼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기자 질문에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차원에서 우리만의 CDN인 오픈커넥트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사실상 OCA가 있기 때문에 망사용료를 낼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디즈니·애플의 경우 OCA와 같은 CDN 업체들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다른 기업의 다른 선택에 대해 존중하는 바”라면서 “각 기업은 자신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에둘러 말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최근 우리 국회에 발의된 글로벌 CP의 망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통과될 경우를 가정해 “입법 과정을 존중한다”고 답했지만, 과거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의 망사용료 마찰을 중재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 절차 과정에서 이를 패싱하고 소송을 제기했던 결정에 관해선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는 “(법적) 절차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용해서 명확하지 못한 부분을 악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도 “지금까지 한국에는 망 사용료에 대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SK브로드밴드가 합의를 요청할 경우를 가정해 “좋은 관계를 맺길 바라고 상생 협력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직접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함께 한자리에 모여 솔직하게 얘기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본다”고 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측에서는 오히려 여러 차례 넷플릭스에 공문을 보내 협상에 응할 것을 요청했으나 묵살 당했다는 입장이다.

가필드 부사장은 “넷플릭스가 한국 매출 77%를 본사로 넘기는 식으로 세금 회피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는 “100% 세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 매출 4154억원 중 3204억원(77%)을 본사에 수수료로 지급, 이를 통해 한국지사의 영업이익률을 낮춰 법인세를 21억원만 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초 가필드 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글로벌 플랫폼은 규모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넷플릭스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방한했다고 밝혔다.

가필드 부사장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그 말씀에 전적으로 존중하고 공감한다”면서 “그래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그리고 스토리텔링 창작 생태계를 한국에서 꽃피우는 데 기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