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코로나19 시대에 금융사기 및 범죄 시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금융업계가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등 신기술을 활용해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등 규제 준수 프로세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사 및 자금의 흐름과 관련된 기업의 자금세탁방지 준수는 결과적으로 랜섬웨어 등 사이버 위협 및 탈취 등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금융안전망과 관련한 ‘체력’을 기르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일 SAS는 KPMG 및 국제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인 ACAMS(Association of CertifiedAnti-Money LaunderingSpecialists)와 공동으로 ‘위기를 통한 가속화: 자금세탁방지 규제 준수에 대한 AI 및 머신러닝 도입 현황’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 세계 850명 이상의 ACAMS 회원을 대상으로, 연간 GDP의 2~5% 규모 또는 연간 8000억달러에서 2조달러로 추산되는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활용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7%)은 AML 규제 준수 프로세스에 AI 및 머신러닝을 이미 도입해 시범 운영 중이거나, 향후 12~18개월 내 운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33%가 코로나19 확산이 AI 및 머신러닝 기술 도입을 앞당겼다고 응답했다.
AI 및 머신러닝 기술 도입의 주요 목적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0%가 규제당국 제출 문서의 품질 개선을, 38%는 오탐지감소 및 이로 인한 운영 비용 절감을 꼽았다.
조민기 SAS코리아 이사는 "AI 및 머신러닝 기술은 시장 변화와 새로운 리스크에 지능적이고 역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 중단을 최소화하면서 기존 규제준수 프로그램에 신속하게 통합 가능한 이점이 있다"며 "조기에 기술을 적용한 기관은 증가하는 규제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동시에 뛰어난 효율성을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미국 및 싱가포르 등의 규제당국에서도 자금세탁방지 규제 준수를 위해 AI 및 머신러닝 기반의 고급 분석 기술 활용을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응답자의 66%가 규제당국이 AI 및 머신러닝 기술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고 답해, 기술 도입을 앞당긴 주요요인으로 꼽혔다.
송근섭 ACAMS 한국 대표는 “전 세계의 규제당국은 금융기관이 사법기관에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규제를 준수하려는 노력의 정도를 판단하고 있으며, 규제당국 및 금융기관은 금융 사기 범죄 시도를 막아낼 수 있도록 고급 분석 기술을 활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 대표는 “AML 업무는 규정 및 인력, 교육, 시스템 등 3가지 요소로 이뤄지는데 그 중 시스템 부분에 대해 자금세탁방지기구 등이 금융사에 벌금을 부과할 때 시스템 투자 비용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자금세탁 관련한 경고가 시스템에 뜨더라도 결국 사람이 걸러내고 있다. 이를 자동화하기 위해서 RPA 개념이 도입됐고 그 다음 단계로 AI와 머신러닝을 통해 오탐률을 자동으로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자금세탁 방법을 탐지하기 위해서도 AML과 인공지능, 머신러닝의 결합은 필연적이다.
송근섭 대표는 “자금세탁에서도 새로운 기법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사들은 솔루션을 이용해 해당 거래가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시나리오와 룰 기반으로 체크하고 있다. 하지만 룰과 시나리오를 더 정교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AI와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해야 새로운 자금세탁 기법을 찾아낼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시중은행 및 공공기관들은 첨단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여러 시중은행 및 공공기관은 SAS의 AI와 머신러닝 기반의 AML 및 무역기반 자금세탁(TBML) 솔루션을 활용해 국내외지점과 법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자금세탁 및 제재 대상을 적발하고 있으며, 자금세탁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니터링 방식을 개선하는 등 레그테크(RegTech)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SAS 솔루션을 기반으로 글로벌 통합 AML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싱가포르, 시드니, 런던, 두바이 등 해외 9개국 11개 지점에 도입했다. 국내 은행 최초로 우리은행은 국외지점에 Anti-TBML와 무역거래 위험평가(RiskAssessment, RA) 기능 및 AML 분석 기능을 도입해서 국외 지점의 위험 요소 관리, 현황 점검 및 분석 통합 기능을 보유한 국외 AML 포털을 통해 국내 본점에서 이를 관리하고 있다.
NH농협은행 또한 SAS AML 솔루션을 국외지점 및 법인의 표준 AML 솔루션으로 선정하고 국내 최초로 국외지점을 위한 AML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으며, 2019년 하노이 지점에 제재/요주의 인물 여부 확인, 고객위험평가, 거래 모니터링, AML 분석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