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공급망관리(SCM) 소프트웨어(SW) 기업 엠로는 13일 코스닥 상장 첫날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었다. 시초가 3만2700원에서 장 초반 21.7% 오른 3만9800원까지 상승했다가 종가에는 13.4% 하락한 2만8300원으로 하락했다.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엠로의 상황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엠로의 공모가는 2만2600원인데, 13일 종가 기준 엠로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25.2% 높은 수치다.
다만 공모가 대비 높은 주가가 일반 투자자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주식시장 과열로 인해 시초가가 높게 설정된 만큼 공모가 부근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13일 종가 기준 엠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2.2배가량이다. (PER=주가÷(순이익÷상장주식수))
비슷한 시기 상장한 정보기술(IT) 기업이 예시가 될 수 있다. 지난 11일 상장한 원티드랩의 경우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배의 시초가를 기록(따), 그날 상한가로 장을 마감(상)하는 ’따상‘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일과 13일에는 각각 8.7%, 10.8%씩 하락했다. 기대감에 치솟았던 주가가 적정가를 찾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다만 엠로의 경우 원티드랩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원티드랩은 작년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규모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가능성을 보고 상장된 기업이다. 반면 엠로는 코넥스에서 이전 상장한 기업이다. 작년 기준 매출액 448억원, 영업이익 64억원, 당기순이익 37억원을 기록했다. 실질적인 매출, 이익이 나오는 상태다.
국내 SCM 시장 1위 기업이라는 점도 기대를 걸 만한 부분이다. SCM은 제품 구매요청부터 계약/발주, 품목관리, 검수/입고, 공급사관리 등 기업의 공급망을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이다. 각종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등의 기능도 지원한다.
엠로는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 SK그룹, 포스코 등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나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수력원자력, 국민건강보험 등 공공기관도 엠로의 고객사다.
과거에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SCM 솔루션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이를 도입하는 산업 영역도 커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개발사 우아한형제들도 엠로나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구 빅히트)가 대표적인 예다. 하이브는 굿즈 생산, 유통, 판매부터 글로벌 무대 준비시 필요한 자재 공급 등에도 SCM이 활용된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수혜도 누릴 전망이다. 스마트팩토리가 화두로 떠오른 지는 상당시간이 지났지만 그 주축은 규모가 큰 대기업 위주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제조업에도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SCM 시장은 점차 크기를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엠로에게는 좋은 기회다.
신사업에 대한 기대도 있다. 엠로는 SCM 솔루션을 캐시카우로 삼으면서 동시에 인공지능(AI) 기반 품목 정보 관리나 수요예측 및 재고관리 등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익률이 높은 라이선스 및 클라우드 사용료 매출을 늘리고 있는데,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