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소상공인①] ‘홍대 상권은 살아날까’…디지털 전환, 그 후 반년
[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홍대 입구 주변은 서울의 다른 상권에 비하면 사실 지금도 북적 북적한 편이다. 연트럴 파크에는 여전히 젊은이들이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상황과 직접 비교할 바는 못된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썰렁하다.
코로나19 이전, 해방구를 찾는 젊은이들이 언제나 넘쳤났고, 여기에 한류(韓流)를 직접 느끼고 싶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은 찾는 장소가 홍대 입구 주변이었다. 홍대 상권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홍대 상권처럼, 전국의 주요 지역 상권을 다시 살리기위한 정부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지난해 팬데믹 이후 소상공인 신(新)생태계 적응 방안으로 내놓은 혁신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이다.
스마트 시범상가 20곳을 선정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집중 보급, 소상공인의 경영·서비스 혁신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기부는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된 업체들의 솔루션을 반영,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협업해 시범상가를 확산 거점으로 삼았다.
그로부터 약 반년이 흘렀다. 최근 중기부는 공고를 새로 내고 다른 참여 솔루션 업체와 상가를 찾고 있다.
앞서 혁신 거점 대상지가 됐던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누구는 기대 이상이며 희망적이라 말했고, 또 누구는 아직 더 지켜봐야겠다고 했다. 소상공인과 디지털 혁신, 두 조합의 콜라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중기부의 소개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홍대소상공인번영회를 찾았다. 스마트 기술 도입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2회에 걸쳐 듣는다. [편집자주]
◆ 코로나19가 가져온 풍경, 비대면 디지털 혁신에 눈뜨는 소상공인들
기자가 만난 이태진 홍대소상공인번영회 회장은 홍대입구역에서 의류 가게 등을 하면서도 화가로도 활동했다. 17년간 이 곳에서 생활했다는 이 회장은 "4년 임기의 회장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앞으로 디지털 혁신 기술을 반영한 홍대 공동체를 만들 시간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비록 코로나19로 주춤한 상황이지만 국내 최고의 상권으로 손꼽히는 홍대 상권을 디지털로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은 의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장 이달 30일에 홍대입구역 상가들의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IT 업체와의 미팅을 앞두고 있다.
그는 "팬데믹 후 관광객 급감으로 매출 하락 직격타를 맞은 홍대 상거리에 디지털 기술 도입은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마련한 거점상가들이 1회성 참여로 자격을 잃어버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원받길 바란다"고 말을 이었다.
다년간의 기획 경력을 가졌다는 조정기 홍대소상공인번영회 매니저는 부인이 홍대입구역에서 의류업을 한다. 약 9년을 이 곳에서 지냈다는 그는 매니저 활동을 하면서 지역공동체를 살리겠다는 내용을 담은 유튜브 채널도 함께 운영중이다.
디지털 기술로 현장을 살리고 싶다는 그는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정말 필요한 곳에 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 식당에도 확산되는 디지털 문화
이 회장과 조 매니저를 따라 처음 도착한 곳은 문숙이 미나리식당이다. 안을 들어서니 두 아르바이트생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가게를 채운 식탁 11개엔 키오스크 주문을 위한 태블릿이 설치돼 있었다. 상세 주문 메뉴들이 정렬돼있다.
젊은 감성이 넘쳐나는 홍대 거리지만 아직 일반 식당에 식탁마다 키오스크 주문 태블릿이 설치된 모습은 익숙하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부 업주들의 연령대가 높아 경험해보지 못한 혁신 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문숙이 미나리식당엔 2020년 12월부터 태블릿들을 설치했다. 모두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문숙이 미나리식당 프랜차이즈 대표를 겸한다는 이 식당의 정문석 사장이 잠시 후 취재 일행을 찾아왔다. 장 사장은 "혁신 기술을 도입했지만 고용 인력을 줄인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에 따르면, 태블릿을 도입한 후 일부 주문 오류나 비대면 상황에서의 부담스러운 대화 등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기계가 사람의 고용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질좋은 서비스를 위한 협업 모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방문한 매장은 코코버블티다. 매장 앞, 안에 모두 키오스크 주문대가 있었다. 눈길은 끈 것은 보조배터리 충전과 반납이 가능한 스마트 기기다.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 백터리를 사용하는 기기로 충전기를 요구하는 고객이 많은 카페 특유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기기다.
키오스크를 통해서는 손님에게 품절이나 신상품에 대한 안내를 구두보다 정확하게 가시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가 강조한 장점이다. 또한, 가게 외부에 있어 광고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 기술 도입 시작 단계인 스마트 미러, 라이브 방송 도구化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대 상권 매출은 이전의 1/10 수준이다. 오프라인 고객이 줄어들다 올해 상반기 소폭 회복세에 들어갔지만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 발생 후 다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낙심한 일부 소상공인은 상권을 떠났다. 문을 닫거나 자체 휴식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이런 상황서도 버티는 소상공인들에게 각자의 성격에 맞는 디지털 혁신 기술이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본래 중기부는 의류업계에 손님이 스타일링이나 피팅을 해볼 수 있도록 가상 체험을 돕는 스마트 미러를 보급한다는 예시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에 따르면, 이는 아직 현실성이 없다. 완벽한 구현이 어렵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에 손님 자체가 없기도 하거니와 이들의 체형 등을 순간적으로 로봇이 파악해 완벽한 구현을 해주는 건 아직 기술 단계서 시기상조다. 대신 스마트 미러는 라이브 커머스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
홍대청청은 청바지 등을 콘셉트로 한 매장으로 고객의 요구에 따라 패치를 붙이거나 디자인을 일부 변경해 리폼하는 등 특생을 내세우는 매장이다.
이 가게의 이소희 사장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인쇄업체와 협업해 티셔츠에 무늬를 인쇄하거나 라이브커머스로 쏟아지는 문의에 응대하며 실시간으로 리폼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오프라인 매장에 손님이 줄어들어 심심해질 수 있는 시간을 스마트 미러가 해결하는 셈이다. 다만 스마트 미러가 꼭 있어야 라이브커머스를 진행 가능한 것은 아니고, 매장 내부서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 화면을 대형 거울로 매장 내에 공유하거나 외부에 전시, 광고 효과를 일으킨다는 효과에 아직은 만족하고 있다. 길가를 오가다 라이브커머스를 발견하고 멈춰 서거나 방송에 참여하며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이나 치수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라이브 쇼핑 앱 그립(GRIP)을 설치, 입점 신청을 한 후 이 곳에서 방송을 진행한다. 그립은 라이브커머스와 쇼핑앱을 결합한 형태의 플랫폼으로 방송을 시청하며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판매자의 계정을 팔로우하면서 자신의 피드에서 이들의 방송을 선택해 시청하는 구조다.
“평소엔 아들과 방송하기도 하고요. 이 곳에서 손님을 계속 만나니 오프라인에 사람이 없어도 라이브커머스 속에서 즐거워요.” 기자가 방문한 때에도 이소희 사장은 약 150명의 시청자와 소통하며 문의에 답했다. 홍대청청의 팔로워는 약 700명이다. 이 사장은 망치를 들고 즉각 리폼하기도 하고 연청바지를 들고 양 옆을 찢어보이기도 했다. 팔로워들은 각각 자신의 질문을 묻고 점주에게 즉각 응답받으며 쌍방향 소통을 이어갔다.
“손님이 너무 없어요. 우리 정말 라이브커머스라도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죠. 앞으로가 걱정인데 열심히 해보려고요.” (이소희 사장)
②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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