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앞에 앉아 리모콘으로 주문·결제하던 소비자들 시선이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모바일 쇼핑 소비자들 수요는 단순히 상품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영상을 통해 상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라이브커머스) 검증된 셀러들이 트렌드·안목에 따라 제품을 선별해주길(맞춤형 큐레이션) 원한다. TV홈쇼핑은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송출 수수료는 매년 올라간다. TV에서 모바일로의 이동은 홈쇼핑 업계 위기이자 기회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홈쇼핑?폰쇼핑!' 기획을 통해 변화되는 홈쇼핑 업계 모습을 분석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황금채널' 사수 위해 매출 절반 송출 수수료로…중소기업·소비자 피해 불가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e커머스 업계는 현재 판매수수료 인하 경쟁에 한창이다. 우수 판매자 확보를 위해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것이지만 최종적으로 제품 가격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TV홈쇼핑은 유통채널 중 가장 높은 판매 수수료를 지불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파격 인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같은 제품인 것 같아도 채널별 가격이 다른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유통업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 수수료율 평균은 13.6%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들은 2~5% 정률 수수료를 제시하며 입점업체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더 나아가 롯데온·티몬 등 점유율 확보가 시급한 업체들은 각각 0% 혹은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을 도입한다. 평균 10%대에서 한자릿수대로 수수료 인하 경쟁이 확산되고 있는 흐름이다.
온라인몰과 달리 홈쇼핑 업계 판매 수수료는 ‘넘사벽’수준을 제시한다. 작년 기준 TV홈쇼핑 정률 수수료는 평균 33.9%다. 정률 수수료는 제품 판매 시 일정 비율을 지불해야하는 판매 수수료다. 10만원짜리 원피스를 구매한다고 가정할 때 온라인몰이 만원 가량을 가져간다면 TV홈쇼핑은 3~4만원을 거둬가는 셈이다.
한때 안전자산을 위해 금 투자를 고려할 때 TV홈쇼핑을 통한 골드바 구매는 피하라는 말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금값을 100이라고 했을 때 TV홈쇼핑이 금 판매 채널을 제공하는 대가로 판매자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은 20%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판매 수수료가 금값에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에 최종 구매자는 시세 차익을 누리기가 더욱 어렵다.
문제는 TV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TV홈쇼핑은 중소기업에 ‘등용문’으로도 불린다. TV홈쇼핑이 발견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중소기업 상품들을 잘 찾아 판매하면 중소기업은 판로개척 뿐 아니라 한번에 소비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물건을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 TV홈쇼핑에서 중소기업 제품을 편성한 비율은 약 70%였다. TV홈쇼핑사가 판매수수료를 높게 유지할수록 중소 납품업체들에 부담을 주고 소비자 제품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 TV홈쇼핑업체들도 판매 수수료율에 대해 변명의 여지는 있다. 판매 수수료가 높은 배경엔 TV홈쇼핑채널이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 수수료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TV홈쇼핑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황금 채널’ 잡기다. 아무리 좋은 상품 및 연출력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소비자들이 방송을 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TV시청층이 많은 지상파 방송과 인접한 번호에서 방송할 수 있도록 유료방송사에 송출 수수료를 지불한다. 가게가 장사를 위해 먼저 장소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하나의 유료방송과 하나의 홈쇼핑사들이 각각 개별 계약을 맺지만 ‘좋은 자리’일수록 값이 비싸고 인접 가게 시세에 따라서도 가격이 오른다.
특히 유료방송 시장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가입자 수는 줄고 인터넷TV(IPTV) 가입자가 늘면서 SK·KT·LG 등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료방송사업자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홈쇼핑사들은 시장이 독과점화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송출 수수료는 최근 5년간 연평균 39.1% 급등해 홈쇼핑 매출 절반을 차지한다.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사는 2019년 방송 판매 매출 3조7111억원 중 49.6%에 달하는 1조8394억원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했다. 송출 수수료가 오르면 홈쇼핑사는 수익 보존을 위해 판매 수수료를 올리고 중소 납품업체는 제품 가격을 높이거나 원가를 낮춰 제품 품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허민호 CJ온스타일 대표는 최근 진행한 미디어 온라인 설명회에서 "홈쇼핑 취급고 대비 영업이익률은 3%를 채 넘지 않는데 송출수수료는 연평균 35%씩 올라 압박감이 크다"며 "송출수수료 부담은 업체나 고객과 연결되는 만큼 이해관계자들이 폭넓게 이해하고 지혜를 모아 처리해야한다"고 전했다. .
최근 홈쇼핑사들은 사업 중심축을 TV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추세다. 고객들의 소비패턴이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해가며 새로운 흐름에 맞춰 부지런히 체질개선 중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집계한 국내 7개 홈쇼핑업체 방송 취급고 비중은 2016년 50.8%에서 2017년 48.9%, 2018년 47.0%, 2019년 46.3% 등 하락세다. CJ오쇼핑·GS홈쇼핑 등은 이미 모바일 비중이 TV 비중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단 홈쇼핑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소비자들 변화된 구매 패턴에 맞추기 위해서 뿐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암묵적으로는 방송사들의 송출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홈쇼핑사들이 TV보다 모바일에 더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고 이 흐름은 불가피하다”며 “TV시장이 저성장에 머무는 반면 모바일·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이유도 있지만 방송사에 내야하는 송출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한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