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기차 시장 성장판이 제대로 열렸다. 전 세계가 친환경 정책을 펼치면서 각국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는 덕분이다.
수요가 늘어나자 완성차업체는 배터리 협력사 확보에 그치지 않고 자체 개발을 착수했다. 공급업체 의존도를 낮추고 관련 기술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전한 분리보다는 반도체처럼 ‘설계(팹리스)-생산(파운드리)’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완성차 업체 “우리 손으로 배터리 생산”=1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BWM 폭스바겐 GM 등은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돌입했다. 배터리 제조사 CATL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등과 별개 또는 합작사 형태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전기차 1위 테슬라는 ‘로드러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자 배터리 개발 및 생산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프리몬트 공장 인근에 관련 시설을 세웠다. 이곳에서는 2019년 인수한 맥스웰테크놀로지의 건식전극 공정을 도입한 배터리를 시범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국 쓰촨야화인더스트리얼그룹과 핵심 소재 수산화리튬 5년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최대 협력사인 파나소닉과는 이미 조인트벤처(JV)를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엔지니어도 꾸준히 채용하는 분위기다.
BMW는 앞서 독일 뮌헨에 ‘배터리 센터’를 오픈했다. 전문인력 200여명이 연구를 주도하면서 주요 소재 및 충전실험 설비 등도 투입된다. 오는 2022년 가동 목표로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폭스바겐과 GM도 적극적이다. 폭스바겐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 귀쉬안 일부 지분을 매입했고 스웨덴 노스볼트와 합작사를 만들기도 했다. 배터리 인력도 대거 영입한 상태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얼티엄셀즈’를 세웠다. 자체 배터리 연구개발(R&D)도 지속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 “쉽지 않을 걸”=배터리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완성차업체에서 배터리까지 감당하기는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했다. 연간 3조원 이상 시설투자 이뤄지고 있어 대규모 투자자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LG에너지솔루션은 수년간 투자가 이뤄진 뒤 지난해 3분기에서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SDI도 드디어 적자행진을 끝낼 전망이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배터리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갖춰져야 수익이 난다는 의미다. 같은 이유로 배터리 소재 공급사도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추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개발과 생산하는 완성차업체가 단기간에 배터리 전문업체와의 가격, 기술 경쟁에서 이기기는 어렵다”며 “자체 배터리 생산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절충안으로 개발과 생산이 분리된 형태가 언급되고 있다. 테슬라, GM 등이 자신들의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를 설계하고 배터리 제조사가 이를 생산하는 구도다. 애플이 아이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설계하고 TSMC에 생산을 위탁하는 것과 같은 그림이다. 생산시설 구축에 대형 투자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시나리오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배터리 업체가 전기차 고객사에 납품하는 형태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완성차업체는 합작사 설립, 위탁생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