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전기차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배터리 소재 수직계열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 생산능력(CAPA, 캐파) 확대와 소재 수급 원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 1공장 건설은 마무리 단계다. 공정률 95% 수준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시운전 및 상업생산 테스트를 진행한다. 내후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전으로 미국 공장 구축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7월 착공한 2공장도 정상적으로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1조1000억원 규모 그린본드에 대한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2공장 설립에 투입될 자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증설 중인 헝가리 코마롬 2공장에 이어 3공장도 설립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창저우, 옌청에 배터리 공장을 확보한 가운데 후저이우에도 생산라인을 마련한다.
동시다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투자를 단행하자 계열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터리 4대 소재 분리막을 만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중국과 폴란드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창저우 공장은 지난달 상업가동에 돌입했다.
동박 제조업체 SK넥실리스도 캐파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북 정읍공장은 지속 증설 중이며 내년에는 말레이시아 공장을 추가한다. 향후 미국과 유럽 등에도 생산기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22일 미국 그룹14테크놀로지에 1300만달러(약 143억원)를 투자했다. 그룹14는 지난 2015년 설립된 배터리 소재 연구개발(R&D) 벤처기업으로 리튬·실리콘 배터리 소재 ‘SCC55’를 개발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가 당장 배터리 사업을 시작하는 건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미래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기점으로 배터리 소재 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코마롬 공장, 충남 서산공장 등을 더해 30기가와트시(GWh) 정도의 캐파를 갖추고 있다. 연이은 투자로 2025년 전까지 100GWh 달성이 예상된다. 수년 새 생산량이 대폭 늘어나는 만큼 원활한 소재 수급이 필수다. 계열사의 배터리 소재 사업 강화는 SK이노베이션에 공급망 다변화 및 안정화를 제공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처럼 양극재 내재화 작업도 진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 중 30~40%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은 소재다. 에코프로비엠이 SK이노베이션 양극재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제조사들도 캐파 늘리기에 한창이다. 고객사 수요게 맞추기 위해선 소재 수급이 핵심인데 플레이어가 많지 않다보니 경쟁이 심하다”며 “이 때문에 주요 업체들이 합작사, 자회사 등을 통해 조달처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