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LCD 종료 재연장…삼성전자 'SOS'

김도현
- ‘LCD 장악’ 中 디스플레이, 가격 인상 우려…삼성D, 내부 불만 가중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에 ‘SOS’를 보냈다.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재연장을 요청했다. LCD 가격 및 중국 업체 장악력이 상승한 데 따른 결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정을 변경할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3월로 예정된 LCD 생산종료 계획을 조정한다. 연장 기간은 미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연장 여부는 LCD 시황에 따라 회사이익을 우선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기간을 특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연내 중단하기로 했으나 철수 시기를 조정했다. 코로나19 변수로 작용했다. 비대면(언택트) 생활이 자리 잡으면서 TV, 노트북 등 판매량이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달 55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은 170달러다. 전년동기대비 70% 상승이다.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시장 회복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이 단기 반등하면서 고객사로부터 문의가 있었다”며 “단기간 LCD 공급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2021년 3월까지 LCD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삼성전자의 추가 요구로 재연장을 검토하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사업 중단은 수년간 적자에 시달린 부문을 정리하는 차원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저가 물량 공세로 패널 가격이 급락해 수익성이 악화했다. 중국 쑤저우 공장을 매각했고 인력조정을 하는 등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발 빠른 셧다운이 이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BOE, 대만 AUO 등 중화권 패널 제조사 LCD 비중을 높여가는 시점에서 시장이 급변하자 삼성디스플레이를 찾았다. 기존 ‘QLED TV’에 ‘미니LED TV’를 추가하면서 필요한 LCD 물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LCD 패널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안정적 공급망 및 중국 업체와의 협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라며 “BOE 등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디스플레이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LCD를 생산해온 충남 아산캠퍼스 L8 공장 일부를 QD 라인으로 전환했다. 나머지는 LCD 사업 연장으로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열사 간 성과급 격차 문제가 불거진 데 이어 적자였던 LCD 사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접는(Foldable,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QD디스플레이 등 신성장동력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