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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결산/가상자산] 빨라진 ‘큰 손’ 움직임…'사상 최고가' 찍은 비트코인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2020년 비트코인(BTC)은 전환점을 맞았다. 2017년 말 가격을 넘어 지난 16일 2만 달러를 돌파했다. 달러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초와 비교해서는 250% 올랐고, 지난 3월 세계 자산 가격이 폭락한 ‘검은 목요일’에 비해선 370% 가량 올랐다.

가격은 2017년과 비슷해졌지만 가격 상승을 이끈 요인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즈아’를 외치던 개인투자자들은 줄고 기관투자자들의 힘이 세졌다. 한국 시장도 세계 흐름에 따라 움직일 뿐, 투기 우려를 낳았던 ‘김치 프리미엄’은 사라졌다.

◆페이팔부터 헤지펀드까지, 비트코인 좌지우지=상승 폭이 커질수록 주목받은 건 ‘큰 손’들의 움직임이다. 지난 10월 글로벌 결제기업 페이팔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결제를 지원하기로 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만에 13% 가량 올랐다.

페이팔의 영향이 컸던 이유는 ‘가상자산의 일상화’가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페이팔의 활성 이용자 수는 3억 명에 달한다. 이런 페이팔이 결제는 물론 플랫폼 내 거래, 가상자산 보관까지 가능했다. 가상자산 업계에 큰 신호탄일 수밖에 없다.

페이팔 효과 이후 11월에는 상승 폭이 더 커졌다. 11월 한 달 동안에만 비트코인 가격은 43% 가량 올랐다. 그 배경에도 역시 큰 손들이 있었다.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부터 대기업까지 해외 기관들의 영향이 컸다.

우선 디지털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에 쌓이는 비트코인이 꾸준히 불어나고 있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에만 비트코인 신탁에 9000억원 규모 비트코인이 유입됐다. 이 규모는 현재까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그레이스케일의 고객 중 84%는 기관투자자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드러켄밀러 등 유명 헤지펀드도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 또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올 3분기에만 4억 2500만달러(약 4643억원)치 비트코인을 매수한 뒤, 이달 초에는 5000만달러치를 추가로 매수했다. 지난 10월에는 비트코인 투자 수익으로만 1억달러를 벌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이번 비트코인 상승은 2017년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비트코인 국내 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서자 전문가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 기관투자자의 진입을 꼽았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관투자자 진입이 본격화됐다는 점”이라며 “제도권의 편입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출을 생각해보면 2017년의 광풍과는 사뭇 달라보인다”고 짚었다.

◆국내선 은행권 중심으로 가상자산 산업 시동=앞서 언급한 ‘큰 손’들은 모두 해외 기관들이다. 하지만 국내 기관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산업 진출 바람이 불고 있다. 비트코인을 매수하기보다는 비트코인을 수탁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방식이다.

출발선을 끊은 건 KB국민은행이다. 최근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블록체인 기술기업 해치랩스와 함께 디지털자산 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rea Digital Asset, KODA)’을 설립했다. 국내 은행이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산업에 진출한 첫 사례다.

KODA는 내년 초 법인 고객을 위한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객이 국민은행 계좌를 통해 원화를 입금하면 KODA가 장외거래(OTC)를 통해 비트코인을 사고, 보관해주는 방식이다. 서비스가 출시되면 국내 기업들도 KODA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보관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도 기관투자자들이 하나 둘 등장할 전망이다.

신한은행 역시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커스터디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 중이다. NH농협은행 역시 블록체인 기업 헥슬란트와 논의한 바 있으며, 헥슬란트 및 법무법인 태평양과 커스터디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도 구성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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