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올해 가전 렌털업계는 코로나19 영향을 비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외 코로나19 확산 중에도 렌털 계정 수를 꾸준히 늘리며 세를 불렸다. 다만 비대면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방판’ 중심 비즈니스 방식에 더해 홈쇼핑·온라인 등 판매 채널과 마케팅 방식을 다양화 한 점이 의미 있다.
개인·가정용품, 산업기계·장비, 차량 등을 포함한 국내 렌털 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개인·가정용품 렌털시장 규모는 약 11조원, 생활용품 렌털 시장은 6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렌털 업계에서 주요하게 꼽는 성장지표인 계정 수를 살펴봐도 올해 1300만 계정 시대에 돌입하며 작년(1200만) 대비 10% 가량 성장이 예상된다. 국민 4명 중 1명은 렌털 계정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코웨이 624만, LG전자 200만 중반(2분기 239만), SK매직 195만, 쿠쿠홈시스 170만, 웰스 78만개로 집계된다. 계정 수를 통해 업계 순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집계 방식이 회사별로 다를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렌털 사업 매출액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인 바뀐 코웨이, 넷마블과 시너지로 구독 경제 강화 신호탄=올해 업계 1위 코웨이는 웅진에서 넷마블로 최대 주주가 바뀌었다. 지난 2월 사명을 웅진코웨이에서 코웨이로 변경했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사업 다각화 일환으로 1조7400억원에 웅진코웨이 인수를 결정한 이후 진행된 결과다. 회사 내부적으론 이해선 대표이사 재선임 등 올해 큰 변화가 일진 않았다. 회사 주인이 바뀌고 적응해가는 단계라는 입장이다. 우선 넷마블과의 브랜드 이미지 통합을 위해 기업이미지(CI)를 새롭게 교체했다. 장기적으론 넷마블과 시너지 확보로 스마트홈 구독 경제 비즈니스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 기존 계정 수 기반 굳건한 실적…렌털 비즈니스 장점 뚜렷=이후 국내 코로나19가 확산 정도에 따라 업계 전반으로 방문 점검 서비스 연기 신청이 들쭉날쭉했다. 확진자가 급증했던 2월과 8월엔 서비스 연기 신청이 평소 대비 10배 가까이 늘었다. 코웨이·웰스는 지난 2월 본사 차원에서 대구·경북 지역 방문 관리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등 해외 이동제한명령 등이 겹쳐 역성장 그늘이 드리웠다.
그러나 렌털 업계는 국내·외 사업 모두 호조를 이어갔다. 코웨이를 비롯한 경쟁업체들 모두 2·3분기 계정 순증과 매출액·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판촉 및 행사들은 축소됐지만 기존 계정들이 뒷받침해줬다. 대면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존 계정들 기반으로 월 단위 렌털료가 수익을 발생시켰다. 렌털 비즈니스는 3~5년 단위 계약으로 이뤄져 코로나19나 고객만족(CS)닥터 파업 여파 등 단기적 외부 요인만으로 쉽게 고객이 이탈하지 않았다.
◆ 비대면 마케팅 확대와 얼음·자가관리 정수기 수요 증가=코로나19로 렌털 업계가 변화한 부분도 있다. 인기 제품과 판매 방식이다. 올해 소비자가 직접 필터를 교체·청소하는 자가관리형 정수기가 주목됐다. 매번 직원과 시간 맞추기가 어려운 맞벌이 부부 등이 이용했지만 최근 비대면 선호 현상으로 수요가 소폭 증가했다. 방문관리 정수기를 대체하기보다 추가 수요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얼음정수기가 계절성을 탈피한 점도 코로나19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집에서 음료를 만드는 ‘홈카페’ 트렌드로 여름철에 판매량이 집중되던 얼음정수기가 계절 상관없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청호나이스에 따르면 1~3월 냉온정수기보다 얼음정수기가 많이 팔렸고 9~10월에도 전년 동기간 대비 판매량이 약 20% 증가했다.
특히 코웨이·청호나이스·웰스 등 전통 렌털업체들은 후발주자인 LG전자·SK매직·쿠쿠에 비해 방문 판매에 더 강함에도 불구 올해 마케팅 방식에 변화가 있었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는 각각 시판사업본부와 신규유통부문을 신설해 시판영업을 강화했다. 코웨이는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등 체험형 공간을 운영하고 아이콘 정수기 출시 당시 최초로 온라인 론칭쇼를 진행했다. 청호나이스도 라이브커머스 방송과 오픈마켓 등 온라인 유통채널에 진출했다. 이외 홈쇼핑 진출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강화로 신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 내년에도 소유보다 경험…산업간 융합 기대=렌털 대표 제품으론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가 꼽혔지만 이제 그 상징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위닉스, 바디프랜드 등 생활가전업체들이 연이어 렌털시장에 진입하면서 다른 산업군에 속하던 제품들도 구독경제 상품으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내년엔 보안이나 헬스케어 같은 이종산업간 융합 제품도 등장할 예정이다. 통상 가전제품 렌털 시장은 80~100만 계정에 도달하면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업체가 시장에 안착한 단계로 본다. 단순히 품목을 늘리기보다 보유한 구독자 대상으로 얼마나 신선한 사업 다양성을 줄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