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SDI와 현대자동차가 손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에 삼성 배터리가 들어가는 그림이다. 그동안 양사는 그룹 간 이슈 등으로 거래가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물고를 텄다. 고객사를 늘리려는 삼성SDI와 배터리 공급망 확대를 노리는 현대차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현대차의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3차 프로젝트 수주가 유력하다. 현대차는 1~2차와 달리 3차 물량 배터리팩을 개조했다. 업계에서는 삼성SDI 배터리를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E-GMP는 현대차가 2021년부터 도입하는 전기차 전용 디자인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이를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모델별 특성에 맞는 배터리 공급사를 선정하고 있다.
1차와 2차 계약 규모가 10조원, 16조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차는 30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이다. 금액이 큰 만큼 2개 업체가 분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분위기대로면 삼성SDI가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연말에 나올 예정이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배터리를 담당해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삼성SDI는 각형이 주력이다. 개조된 3차 물량은 배터리셀이 파우치형이든 각형이든 상관없이 탑재할 수 있다. 기존 협력사 외 다른 업체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볼 수 있다.
최근 삼성과 현대차 그룹 간 훈풍이 부는 점도 긍정 요소다. 선대와는 다르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사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5월에 삼성을, 이 부회장은 7월에 현대차를 방문했다. 전고체전지 기술을 공유하는 등 양사 간 협업이 기대되는 장면이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는 부품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멀티 벤더를 추구한다”며 “현대차에 가장 많은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과 코나EV 화재 사태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부분도 삼성SDI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