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전기차 열풍으로 뜨겁게 달궈진 배터리 업계가 암초를 맞이했다. 현대차 ‘코나EV’에서 연이은 화재 사고가 발생한 탓이다. 현대차는 제작결함시정(리콜)을 단행하기로 했지만 명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결함조사를 토대로 배터리셀 분리막을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동안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배터리팩 등도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배터리셀로 특정했다.
코나EV에 배터리셀을 공급하는 LG화학은 즉각 반박했다. LG화학은 “화재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된 내용”이라며 “현대차와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는 화재로 이어지지 않았다.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셀 불량을 화재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과정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 ESS 역시 잇따른 화재로 홍역을 앓았다. 정부 차원에서 화재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1차 발표 내용을 번복하는 등 과정이 깔끔하지 못했다. 결국 삼성SDI, LG화학 등 배터리 업계로 책임이 전가됐다. 화재 현장 복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추정에 그친 결론이었다.
이후 글로벌 1위인 국내 ESS 업계는 회복이 더디다. 신규업체가 진입을 주저하고 기존 업체도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교통정리가 확실히 되지 않으면서 시장 자체가 가라앉았다.
이번 리콜 조치로 제2의 ESS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급성장세다. 화재의 중심에 선 LG화학은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을 제치고 선두에 오른 업체다. 배터리셀 문제로 단정지어질 경우 고객사 신뢰도에 타격이 크다.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고 문제를 일으켰다면 책임지는 것이 맞다. 단 명확한 판결이 나왔다는 전제하에서다. BMS 업데이트 후 문제 발생 시 배터리 교체가 이번 리콜의 골자다. 여전히 확실한 원인은 알지 못한다는 의미다. 배터리 업체에 섣부른 낙인을 찍는다면 회복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 자동차 시장은 안전성에 대한 이미지가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