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미국 제재 영향권에 든 중국 최대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가 7나노미터(nm)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까. SMIC가 미국 기술과 장비 없이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현재 10나노 이하 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16일 중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이노실리콘은 SMIC의 7나노급 ‘핀펫(FinFET) N+1’ 테이프아웃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테이프아웃은 공정 개발을 마치고 제조사에 설계도를 넘기는 단계다.
그동안 SMIC와 이노실리콘은 55 40 28 22 14 나노 등을 공동 개발해왔다. SMIC가 생산 가능한 최대는 14나노 칩이다. 이번 발표가 사실이라면 세계에서 3번째로 7나노 공정이 소화 가능한 업체가 되는 셈이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수십억원을 들여 N+1 공정을 최적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4나노 대비 칩 성능 20% 높이고 전력소모 57% 줄였다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의구심을 품는다. 미국 제재로 주요 반도체 장비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다. 테이프아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 양산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극자외선(EUV) 장비를 확보 못 한 점도 부정 요소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사인데 이 역시 미국 기술이 포함돼 SMIC에 넘길 수 없다. SMIC는 한 단계 아래인 심자외선(DUV) 장비로 N+1 공정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TSMC와 삼성전자는 7나노부터 EUV 장비를 도입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공개했지만 실체가 없거나 허풍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 7나노 개발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SMIC는 중국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미국 주장을 적극 반박하며 제재 중단을 바라고 있다. ASML은 물론 미국 램리서치·KLA 등의 장비를 수급하지 못하면 신공장 증설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