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주요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육성이 본격화했다. 기업 간 경쟁이 국가대항전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각국 정부와 기업은 2인3각 레이스에 돌입했다.
AI 반도체는 개화 단계다. 인텔, 구글 등이 지난 2016년부터 AI 반도체 개발에 착수했지만 절대 강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정부 지원이 더해지면서 경쟁에 불이 붙은 상태다.
가장 앞선 건 다수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미국이다. AI 산업 리더십 확보를 위해 핵심기술 연구개발(R&D)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 인텔은 알테라, 너바나, 모빌아이 등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AI 반도체에 사활을 걸었다. 엔비디아와 AMD는 각각 ARM, 자일링스 인수를 추진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 중인 중국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국가 직접회로산업 투자기금을 신설해 지난해까지 약 57조원을 투입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캠브리콘, 디파이테크 등이 참여하는 AI 융합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SMIC 등 제재로 반도체 굴기가 흔들렸지만 정부 주도하에 AI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대만은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 업체 TSMC 중심으로 AI 반도체 사업을 키우고 있다. TSMC와 대만 정부는 1억3300만달러(약 1530억원)를 공동 투자했다. TSMC 미디어텍 UMC 등 85개 기업간 AI 연합을 구성하기도 했다. 정부 독자적으로도 차세대 메모리, AI 프로세서 기술 개발을 위해 1억3200만달러를 투입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도 AI 반도체 선점에 초점을 맞춘다. 일본은 지난해 AI 반도체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84억9000만엔(약 924억원), AI 칩 개발환경 구축에 16억8000만엔을 투자했다. 국립 연구소와 대학 등이 힘을 보탠다. EU는 뇌 구조 시뮬레이션, 뉴로모픽 등 연구에 10억유로(1조3550억원)을 투입한다. 100개 이상 연구기관이 참여한다.
메모리 강국인 한국 역시 AI 반도체를 전략투자 분야로 지정했다. 12일 ‘AI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확정하면서 성장의 초석을 다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중심을 잡고 정부가 지원사격하는 구도다. DNA(데이터·네트워크·AI) 생턔계 강화가 골자인 ‘디지털 뉴딜’ 프로젝트에 오는 2025년까지 58조2000억원을 붓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향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아이템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다하는 이유”라며 “국내에서는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과 맞물려 AI 반도체 지원에 나서는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해 산·학·연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