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강화된 제재안이 이달부터 발효된다. 그동안 큰 타격이 없던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도 영향권에 들었다. 화웨이 이탈은 메모리 가격 하락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5일부터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이용해 개발‧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납품할 수 없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가 21개국의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 제한 대상에 올리면서 밝힌 내용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화웨이 제재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지만, 효력은 제한적이었다.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대만 TSMC 등을 통해 우회 조달이 가능했다. 직접적인 여파는 지난 5월부터다.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가 생산해서 화웨이에 공급하는 것을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TSMC는 대형 고객사가 다수 있는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화웨이와 신규 거래를 체결하지 않았다.
최근 발표한 3차 제재안은 이전보다 강력한 견제다. 사실상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를 전면 금지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까지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메모리의 경우 한국(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 일본(키옥시아) 등 3개 나라가 독점하는 시장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이들 업체 중 미국 어플라이드, 램리서치, KLA 등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곳은 없다.
화웨이는 메모리 구매량으로 전 세계 ‘톱5’에 드는 회사다. 제재 발효 시 대형 고객사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수요가 줄면 가격은 하락한다.
이미 메모리 몸값은 떨어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DDR(Double Data Rate)4 8기가비트(Gb) 8월 고정거래가격은 3.13달러다. 올해 초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다 지난 7월 처음으로 하강했고, 8월에도 반등에 실패했다. 최근 D램 현물가격이 소폭 올랐지만,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사용되는 128Gb 멀티레벨셀(MLC) 낸드 가격 역시 7월(-6.20%)과 8월(-0.91%)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재고를 축적한 서버 업체들이 하반기 메모리 구매를 줄인 탓이다. 여기에 화웨이까지 손발이 묶이면서 주요 고객사의 ‘엑소더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비대면(언택트) 효과를 누린 메모리 시장이 하반기에는 하강 국면을 보인다”며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예상보다 깊고 길어질 경우, 칩 메이커의 투자 지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