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이 미국 공격에 제대로 맞았다. 화웨이 제재 여파가 나타난 탓이다. 반도체 굴기도 비상이다. 자국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육성등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설 방침이다.
10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위청둥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행사에서 “미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9월15일 이후 기린 칩 생산을 중단한다”며 “하반기 출시되는 ‘메이트40’이 해당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한 마지막 스마트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화웨이의 AP인 기린 시리즈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 대만 TSMC가 생산하는 체제로 제작됐다. 사양이 낮은 제품은 중국 SMIC가 양산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은 2020년 1분기 반도체 매출 순위에서 처음으로 TOP10에 진입했다. 이 기간 26억7000만달러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54% 늘어났다. 5세대(5G) 통신 칩과 AP를 결합한 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성장한 덕분이다.
하지만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변수로 작용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에 자국 소프트웨어(SW) 및 기술을 활용한 제품 수출 시 정식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수출 규제 개정안을 공표했다. 같은 달 15일부터 시행됐고, 120일의 유예기간을 뒀다. 오는 9월부터 정식 시행된다.
해당 제재로 최첨단 제품을 담당하는 TSMC와 거리가 멀어졌다. TSMC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의 모든 규정에 따를 예정이다. 5월 이후 화웨이 주문을 받지 않으며, 오는 9월14일 이후에는 모든 납품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수주 물량을 처리하면,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겠다는 의미다. 인텔, AMD, 엔비디아 등도 화웨이와의 거래가 제한되면서 팔다리가 묶인 상태다. 메이트40 시리즈 출시일정도 미지수다.
화웨이는 대만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미디어텍로부터 AP를 조달받을 계획이다. 아직 퀄컴, 삼성전자 등보다 AP 성능이 떨어지지만,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디어텍의 AP는 샤오미 등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퀄컴도 화웨이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5G 관련 칩을 화웨이에 판매하기 위해 로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퀄컴은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달하는 시장을 삼성, 미디어텍 등에 내줄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미국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퀄컴은 최근 화웨이와 특허료 분쟁을 끝내고, 장기 특허 계약을 맺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제조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으로 미국 제재 극복을 시도한다. 28나노미터(nm) 이하 공정 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최대 10년 동안 법인세를 면제해줄 방침이다. SMIC는 최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관리위원회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해당 법인은 28나노 공정을 소화할 생산라인 구축에 나선다. 완공 시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10만장 캐파를 갖춘다. SMIC는 중국 국무원 가이드라인에 부합한다.
최근 SMIC는 국가집적회로(IC)산업투자펀드와 상하이집적회로펀드로부터 총 22억5000만달러(약 2조7758억원)을 투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펀드는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중소벤척업 전용증시 상하이거래소의 ‘커창판’에 2차 상장, 약 8조원을 조달했다. 연이은 투자로 SMIC 생산기술이 향상될 경우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최신 AP를 제작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