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광폭행보’를 보이던 중국 CATL에 제동이 걸렸다.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잇따른 화재가 발생한 탓이다. 안전성이 특히 강조되는 자동차 분야인 만큼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2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과 23일 중국 광저우기차(GAC)의 ‘아이온S’에서 불이 났다. 해당 기종은 지난 5월18일에도 같은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GAC는 화재 원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지만, 최근 사고는 배터리가 발화지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온S에는 CATL의 니켈·코발트·망간(NCM)811 배터리가 투입된다. 소재별로 각각 80%, 10%, 10% 함유된 제품이다. CATL은 BMW, 지리자동차 등에도 해당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NCM 배터리는 니켈이 많을수록 고용량 제품을 구현할 수 있다. 주요 업체들은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 NCM 비율을 622에서 712, 811 등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NCM 조합에서는 니켈양을 무리하게 늘리면 안정성 및 출력성능이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CATL이 수율 및 품질을 높이지 못 상황에서 니켈을 확대해 배터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CATL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력이다. 이 제품은 NCM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밀도가 떨어지지만, 탑재량을 늘리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테슬라도 CATL의 LFP 배터리를 다수 투입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연이은 화재 사고로 CATL의 배터리 라인업 확대는 쉽지 않게 됐다. 테슬라를 비롯해 다임러, 메르세데스, 혼다 등 글로벌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시점에서 악재를 맞이한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어느 분야나 안정성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자동차에서는 더욱 강조된다. CATL 배터리 결함은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 배터리 3사는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이미 국내외 고객사에 NCM 배터리를 공급하며 시장에 안착한 상태다. 이번 사태로 기술 격차가 확인되면서 세계 2위 배터리 제조사 CATL의 수주 물량이 이들 업체로 옮겨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국내에서는 배터리 생태계 구축이 한창이다. 3개 제조사는 물론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SK넥실리스, 코스모신소재 등 소재 업체들도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급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LG화학이 상반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2분기 전지사업 흑자전환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도 나오는 분위기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각각 4위, 6위에 오르며 힘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