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이래도 수출규제 할거야?"…日 JSR·스미토모·스텔라, '부진의 늪' 여전

김도현
- 일본 주요 소재 업체, 4~6월 실적 나란히 하락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일본의 2차 수출규제가 우려되는 가운데, 현지업체들은 여전히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산업 생태계를 향한 일본의 공격이 자국으로 향한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일본 소재기업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JSR, 스미토모화학, 스텔라케미파 등의 4~6월(일본 회계연도 2분기) 등의 매출액이 일제히 감소했다.

이 기간 JSR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31억엔(약 1조454억원), 24억엔(약 269억원)이다. 전년동기대비 22%, 77% 줄어든 수준이다.

스미토모화학은 매출액 5002억엔(약 5조6167억원), 영업이익 188억엔(약 211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6월보다 각각 530억엔(약 5951억원), 436억엔(약 4896억원)이 하락했다. 스텔라케미파의 매출액 82억2200만엔(약 923억원)으로 나타나면서, 전년동기대비 15.5% 떨어졌다.

이들 업체가 부진의 늪에 빠진 건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탓이다. 일본은 지난해 7월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심사강화, 8월 수출우대국 제외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일본의존도 낮추기에 집중했고, 일본 업체의 실적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JSR은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활용되는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이 주력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우회로를 찾고 있다. 양사는 미국 인프리아에 투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공급을 위한 대비책을 세워놓았다. 듀폰은 충남 천안에 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업체들도 준비 중이다. 동진쎄미켐은 올해 1분기에 불화아르고(ArF)용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증설, EUV용 연구개발(R&D)도 진행할 계획이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2월 금호석유화학 포토레지스트 사업부를 인수, EUV용 R&D에 집중할 방침이다.

스미토모화학은 폴리이미드(PI)가 메인 제품이다. 이 부분은 국산화가 순조롭다. 코오롱인더스트리, SKC, SK이노베이션 등이 공급 가능하다. 용도가 다양한 만큼 국내 업체 다수를 확보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를 공급하는 스텔라케미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솔브레인, 램테크놀러지,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에 불화수소를 제공했다. 최근 SK머티리얼즈도 고순도 제품 양산에 돌입하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상황이 급변하자 일본 업체들은 자국 정부 규제를 피해,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다. 도쿄오카공업(TOK)은 최근 인천 송도 공장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을 시작했다. EUV 공정을 도입한 삼성전자와 예정인 SK하이닉스를 붙잡기 위함이다. EUV 제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 공급사 입장에서도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다.

다이요홀딩스는 지난 5월 충남 당진에 반도체 패키징·디스플레이용 드라이필름형 솔더레지스트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드라이 필름을 국내 생산하게 됐다. 솔더레지스트는 프린트 배선판(PWB)의 회로 패턴을 보호하는 절연 코팅 재료다. 전기적 불량 방지 및 절연성 확보에 필수적이다.

간토덴카공업은 충남 천안 신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특수가스 황화카르보닐을 생산한다. 해당 공장 내 연구시설도 마련, 고객사 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그동안 황화카르보닐은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와 단숨에 거래를 끊을 수도, 고사양 제품을 개발할 수도 없다. 다만 국내 업체에서 일본 비중을 최대한 줄여가는 과정에 있다”며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나라 산업에 큰 영향을 줬다.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튼튼한 산업 구조를 만들어 갈 추진력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4일 PNR에 대한 국내 법원의 압류명령 절차가 개시됐다. 일제 강제징용 가해 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 차원이다. 해당 자산 매각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계기로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